‘RE100’ 대표가 기후소송 학생에게…“세상 바꿀 용기 응원”

옥기원 기자 2024. 5.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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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이100'(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을 주도한 클라이밋 그룹의 헬렌 클락슨 대표와 아시아 최초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윤현정(19) 학생이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미래세대의 용기있는 행동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클락슨 대표의 응원에 윤씨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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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학생이 묻고
‘클라이밋 그룹’ 대표가 답하다
아르이100(RE100) 캠페인을 주도한 클라이밋 그룹의 헬렌 클락슨 대표(왼쪽)와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윤현정(19) 학생이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아르이100’(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을 주도한 클라이밋 그룹의 헬렌 클락슨 대표와 아시아 최초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윤현정(19) 학생이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이기도 한 윤 씨는 4년 전 정부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18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미래세대의 용기있는 행동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클락슨 대표의 응원에 윤씨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시아 재생에너지 성장 포럼’ 참석차 방한한 클락슨 대표와 윤 씨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마주 앉았다. 윤 씨가 기후운동을 하는 학생의 시각으로 한국 기후위기 대응 문제를 묻고 클락슨 대표가 답했다.

―윤: “한국 기업들은 아르이100 선언 뒤에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 노력하지 않고,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아르이100을 ‘그린워싱’(친환경 위장)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클락슨: “아르이100 캠페인이 벌써 10년을 맞고 있고, 40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그린워싱을 막고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 마련이 중요합니다. 친환경이라고 홍보하고 실제로 실천하지 않는 기업들을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실행해야 합니다. 한 예로 현대차가 아르이100에 가입(2022년)한 뒤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세운다고 했을 때 클라이밋 그룹도 한국 환경단체 의견을 받아 현대차를 설득했어요. 결국 현대차가 계획 철회를 공식화한 건 감시기능이 잘 작동한 대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윤: “한국 정부는 아르이100보다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의 시에프100(CF100,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밀고 있는데요, 재생에너지를 축소하고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요?”

―클락슨: “전 세계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원전을 짓거나 투자할 시간이 없습니다. 원전은 발전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재생에너지보다 (건설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많은 국가에서 원전을 건설·관리할 기술력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싸고 빠른 친환경 에너지입니다.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윤: “재생에너지가 확대된다면 기존 석탄발전 노동자들의 해직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클락슨: “‘정의로운 전환’은 중요한 문제죠. 우선 석탄 노동자가 아니라 ‘에너지 노동자’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맞춘 중장기 관점의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야 새로운 미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해상 풍력 산업에 35만개 잠재적 일자리를 기대하는 만큼 에너지 전환은 새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윤: “RE100 캠페인과 클라이밋 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클락슨: “수요 측면에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수요자가 아르이100 달성을 압박한다면 공급자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세계의 흐름입니다. 우리 활동은 아픈 곳에 침을 놓아 치료를 돕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이100이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기후위기를 늦추는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윤: “한국에선 정부의 기후대응부실 책임을 묻기 위한 기후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아기·청소년·시민들이 함께하는 기후소송이 정부 정책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클락슨: “유럽의 기후소송은 노인과 성인이 주축인데 한국은 아이와 청소년 같은 미세세대가 소송의 중심에 있어서 인상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아 고맙습니다. 학생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 믿습니다. 청년들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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