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마냥 신기한 새내기…"이제야 대학 다니는 것 같아요"

대구CBS 이재기 기자 2024. 5.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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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전국 대학들 5월 일제히 축제 시즌
경북대는 총학 부재로 3년 만에 대동제
구미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워터 페스티벌
새내기도 재학생도 유쾌한 낭만 속으로
구미대 학생들이 축제에 열중하고 있다. 구미대 제공

5월은 축제의 계절. 계절의 여왕 5월의 중순으로 접어든 요즘 전국 대학가는 축제에 휩싸이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한 2021년부터 비대면 수업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른바 '코로나 학번'들은 대동제인 축제는 고사하고 캠퍼스를 디뎌볼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대학 생활을 보내는 불운한 세대가 됐다. 일부 대학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아예 축제를 열지도 못했다. 축제행사를 주관할 총학생회조차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된 모처럼 만의 축제가 마냥 신기해 보인다.

"고등학교 다닐 때 못했던 거 해보고 축제행사를 기획하면서 선배들과 소통하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열리는 축제행사에 참여하고 보니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어요"

경북대 화학과 진수지(23학번)양은 학과 임원을 맡아 축제 준비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학생활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됐다.

지난해 단과대 주도로 열린 축제에도 참여해봤지만, 대동제가 주는 소속감과 참여의 기회, 선후배들과의 넓고 깊어진 교유의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투표)참여 부족으로 몇 해 동안 학생회 구성이 안되고 그래서 학생회의 (존재)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2024년도 총학생회가 구성되게 된 배경도 언급했다.

화학과 학생들이 러브로드 변에 설치한 주막 텐트. 원소기호를 이용해 차림표를 구성했다. 이재기 기자


이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신입생인 김수연 양은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신기하고 설레이고 너무 재미있다"며 "고교 시절 공부하느라 갖은 고생하면서 그려봤던 대로 축제를 직접 대하고 참여하니까 그때 상상했던 그 축제와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학과 이새은 양(22학번)은 "저는 3학년이지만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진행하는 이런 축제가 지금껏 없었다. 당연히 소속감도 약해지는 것 같은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축제에 참여하니까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겠다 싶고 경대인이란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새은양도 총학생회 얘기를 덧붙였다. 그는 "이번 축제가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총학이 없어서 제약을 받게 되는 문제들이 있었고 그래서 총학이 구성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푸르나 즉 '하나뿐인 청춘 우리의 꿈은 언제나 푸르다'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 학교 대동제(21~23일)는 대학인들의 열기를 내뿜고 낭만에 빠져드는 공간이 되고 있다. 학교 중심부 백양로에 외부의 플리마켓을 유치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푸르나를 주제로 대동제를 개최중인 경북대. 이재기 기자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는 놀이의 장이자 막걸리 맥주잔을 기울이며 우정과 사랑, 진로를 놓고 밤새워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한 대학 대동제는 대학 생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코로나로 학생회 부재로 수년간 축제의 장으로부터 소외돼 온 대학생들이 모처럼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며 대학생활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북대 일청담 옆 백양로와 가배길로 학과들이 설치한 텐트와 외부의 플리마켓이 보인다. 이재기 기자


학생들 얘기처럼 경북대는 지난 4년 동안 축제다운 축제를 열지 못했다. 2021년 코로나가 창궐했던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회합금지 분위기에 밀려 엄두를 내지 못했고 코로나가 지나간 뒤에는 총학생회 부재 여파로 축제를 건너뛰었다.

경북대에서 총학생회가 없어진 건 3년전인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부터 내리 3년 동안 총학 대신 비상대책위 체제로 학생회 업무가 추진돼 왔다. 경대신문 권규인 기자(사회복지)는 22일 "총학생회가 없어진 이유는 2020년 총학생회 구성을 위한 선거의 투표율이 50%에 미달했기 때문"이라며 "총학이 없었을 때 대동제도 못하고 불편함을 겪게 된 것이 올해 총학생회 재구성의 이유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입생들에겐 신기함의 대상이 되지만 재학생들의 반응은 다시 돌아온 축제가 정제된 형태로 질서정연하게 치러지는게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젊음의 혈기를 발산하다 보면 사고로 얼룩지기 일쑤다. 그러나, 학교내에서 주류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을 2곳으로 제한한 것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20여개 대학들은 대부분 5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 대동제를 개최했거나 진행 중이다. 구미대학교는 지난 13일부터 이틀동안 지역 최초로 물을 주제로 워터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구미대 측은 '기존 대학 축제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민들도 참여하는 새로운 차원의 대학 축제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경북 경산의 영남대는 22일부터 24일까지 대동제를 개최하는 등 대학들이 일제히 축제시즌에 들어가면서 입시 지옥에서 갓 벗어난 새내기들은 물론이고 취업전쟁이란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재학생들도 시름을 잊고 유쾌한 낭만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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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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