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보다 1억원 싸...수도권 전기버스, 중국산이 절반 넘었다

박상현 기자 2024. 5.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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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56%까지 올라

환경부가 최근 3년간 무공해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집행한 수도권 광역 전기버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산(産)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단가가 낮아 판매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버스가 정부의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새로 등록한 광역 전기버스 4448대 중 2503대(56.2%)가 수입차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전부 중국산이었다. 1945대(43.8%)는 국산 전기버스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총 1845대의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경기도에서 2021년 284대, 2022년 533대, 작년 1028대가 도입돼 해마다 전년 대비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국산 전기버스는 1262대 도입했다. 서울시는 중국산보다 국산 전기버스를 더 많이 도입했다. 서울시는 3년간 중국산 516대, 국산 614대를 등록했다. 인천은 3년간 중국산 142대, 국산 69대를 들여왔다.

그래픽=백형선

각 지자체는 노후 버스 교체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로 친환경 전기 저상버스 도입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가 늘어나는 건 값이 싸기 때문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가격이 약 1억원 저렴하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싸지만 재활용이 어려워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대부분 폐기한다. 반면 NCM 배터리는 값비싼 원료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성이 높지만 그만큼 제품 자체 가격도 비싸다. 재활용을 생각할 때 NCM 배터리가 더 친환경이지만, 무공해차를 늘려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당장 차값이 싼 중국산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확대에는 환경부가 지자체를 통해 지급하는 보조금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2021~2023년 수도권에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2857억원을 집행했는데 이 중 1454억원(50.9%)이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에 사용됐다. 환경부가 중국산 전기버스의 가격 경쟁력을 더 키워준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정 국가 제품을 보조금으로 차별하는 건 무역 규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버스의 대안도 있다. 소재·부품 대부분이 국산으로 만들어지는 수소버스가 있지만, 보급이 더디다. 환경부는 무공해 광역버스 확대 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버스를 2만1200대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작년 11월 기준 보급 대수는 582대에 그치고 있다. 수소차의 주유소 격인 액화수소충전소 확충이 더디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국산 수소버스를 도입하고 싶어도 전기버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중국산 친환경’의 문제로 지자체 몫의 전기차 보조금을 수소차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작년 말 전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수소버스 보조금에 쓰기로 했다. 환경부도 앞으로는 배터리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재활용 가치가 더 높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더 친환경적인 차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도록 보조금 제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수소버스 충전소 확충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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