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연금개혁 않고… 野, 마지막까지 쟁점 법안 강행

박국희 기자 2024. 5. 23.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22대 총선 민주당 당선자들이 22일 충남 예산군 한 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들을 다시 한번 강행 처리할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이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여야는 국민연금 개혁안 등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라는 요구가 제기된 국가 미래 관련 입법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의(再議) 표결이 실시되는 28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전세 사기 특별법, 민주 유공자법 등 각종 쟁점 법안들도 무더기로 상정해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상훈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폭락 악순환 등이 우려된다며 윤 대통령은 작년 4월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이 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후 폐기된 법안에서 일부 수치만 바꾼 양곡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28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당은 기존 입장(거부권 행사)을 가지고 있고 정부도 같은 취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전세 사기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떼이면 정부가 이를 먼저 돌려주는 내용의 전세 사기 특별법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을 두고도 사인(私人)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논란 등을 이유로 정부·여당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 유공자법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민주화 운동 심사 기준이 불명확해 사회적 논란이 된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 등도 포함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28일 본회의에서 여당의 반대에도 해당 법안들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본회의 처리 당일 법안을 정부로 이송(移送)하고, 대통령이 그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28일 본회의 후에 국회의 법안 이송이 늦어질 경우 21대 국회 법안을 22대 국회에 재의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돼 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29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당일 본회의를 추가로 열어 재의 표결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도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재표결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이 법안들의 처리를 밀어붙이자 여권에선 “법안 통과보다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늘려 정치적 부담을 키우려는 목적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21대 국회 종료 전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10회 이상으로 만들려는 게 민주당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양곡 관리법 등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더라도 30일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21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합의안 처리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만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의 임기 내 처리에는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자 모든 상임위원회 회의를 거부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도 정치 쟁점을 방어하느라 정책 입법에 손을 놓은 형국”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