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실상 여야 합의된 연금 개혁안, 미룬 사람은 역사의 죄인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특검법 재의결, 양곡관리법, 농산물 가격 안정법,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수조원대 예산 소요에 비해 부작용이 많아 논란이 큰 법안들이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도 지원해 주자는 내용이라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 부를 만큼 비판이 크다. 다음 국회에서 논의해도 되는 법안들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그렇지 않다. 이번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올라 있는 개혁안을 28일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 부담이 하루 1100억~1400억원씩 쌓일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다. 연금 개혁을 22대 국회로 연기할 경우 연금특위부터 다시 구성해야 한다. 새 특위가 복잡하고 어려운 연금 문제를 공부하고 새로운 개혁안을 만들려면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곧바로 2026년 지방선거에 이어 2027년 대선이 닥친다. 여야 모두 표심에 영향을 주는 연금 개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부도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면 개혁 동력을 잃기 쉽다. 지금 개혁을 안 하면 연금 개혁은 물 건너간다. 연금 기금은 2055년 소진된다.
21대 국회 막판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국민연금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1998년 이후 26년 동안 9%에 묶여 있던 ‘내는 돈’을 올리는 것은 연금 개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연금 받는 돈(소득 대체율)에서만 국민의 힘은 현행 40%를 44%로, 민주당은 45%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여야는 연금 개혁안에서 거의 합의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남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장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줄곧 연금 개혁을 강조해 왔다. 그러다 최근 “22대 국회로 넘겨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다른 말을 했다. 여야 합의가 다 이뤄진 상태에서 무슨 얘기인가. 총선 참패 후 인기 없는 연금 개혁을 할 뜻이 없어진 건가. 이 대표는 “연금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했지만 민주당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법안에 연금 개혁은 없다. 지금 연금 개혁은 더 논의하고 협상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가장 큰 이견이 해소된 지금이 큰 틀의 개혁을 할 절호의 기회다. 정치인 모두 국민과 나라에 죄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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