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전 대통령 부인 외유를 英 여왕 국빈 방문에 빗대다니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대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 안동을 방문한 것과 유사한 외교 일정”이라고 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것은 1999년 4월 국빈 방문의 한 부분이었다. 3박4일 일정으로 부군 에든버러공과 함께 방한해 국립묘지 헌화, 공식 환영식, 정상회담과 같은 일정을 치른 뒤 한국 정신문화의 주요 장소인 안동을 찾아 양국 친선을 다졌다. 이것을 외유 의혹으로 점철된 김 여사의 인도행과 비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여행 의혹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고 했다. 자신이 인도 측 초청을 고사하자 인도 측에서 대신 김 여사를 보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 문건을 보면 인도는 원래 김 여사가 아니라 문체부 장관의 방문을 희망했다. 지난 20일 외교부도 김 여사의 방문이 우리 정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고, 타지마할에서 다른 관광객을 물린 채 독사진을 찍었다. 공식 일정표에 없었고 문체부의 ‘출장 결과서’에서도 빠진 일정이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배우자 첫 단독 외교’였다는 문 전 대통령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2002년 5월 정부 대표단 수석대표 자격으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동 특별 총회 기조 연설을 했다. 이 여사의 단독 외교는 그 뒤로 3차례 더 있었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인도 출장 엿새 전 기자회견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당시 회견에선 김 여사의 인도 체류 일정도 공개했는데 타지마할 방문만 뺐다. 이런 여행을 어떻게 영국 여왕 방한에 빗대나.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진 의장은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논란을 “김건희 물타기용 생트집”이라고 했다. 하지만 5년 이상 잊히다시피 했던 김 여사 외유 의혹을 다시 떠올린 건 회고록을 낸 문 전 대통령 자신이다. 문 전 대통령이 ‘김건희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건가. 정당과 정치인이 자기편을 옹호할 수 있고 때로 무리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김정숙씨의 여행을 엘리자베스 여왕 국빈 방한에 빗댄 것은 그 상식을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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