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령 운전자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

조선일보 2024. 5. 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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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도로교통공단의 '2023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 행사가 열리면서 모델과 경찰청 관계자가 '어르신 운전중' 차량용 안내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대상으로 어르신 운전을 알리는 문구가 적힌 자석형 안내판을 배부할 계획이다. 2023.10.5/ 장련성 기자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해외 제품 직접 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철회한 데 이어 설익은 대책 발표로 계속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대책은 이렇게 오락가락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 지금 8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36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도 2020년 14.8%에서 2022년엔 17.6%로 늘었다. 사회 고령화에 따라 이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2.1%로, 전체 교통사고(1.4%)의 1.5배 수준이다.

논란을 빚은 조건부 운전면허도 잘 설계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 몇몇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 또는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등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요즘은 나이만으로 사람의 인지 및 반응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노년이 흔하다. 현재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운전 능력을 좀 더 자주 평가받아야 할 연령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적성검사도 시력 측정 정도에 그치고 실제 주행 능력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적성 검사도 실질화해야 한다.

고령자 운전에 대한 안전 강화책은 자칫 고령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과 가족, 다른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협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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