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호중·이선균, 달랐던 포토라인
6시간 40분.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소환 조사 뒤 ‘귀가 거부’를 하며 버틴 시간이다. 이날 김씨는 취재진이 대기 중인 정문 현관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일부 취재진이 접근해 김씨 모습을 포착하려 했지만 경찰은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조사는 2시간가량 뒤인 오후 4시쯤 끝났음에도 김씨는 “취재진이 철수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전례가 드문 ‘피의자 귀가 거부’를 경찰은 6시간 넘게 방치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김씨가 이날 지하 주차장으로 비공개 출석하자 “평상시에 하던 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서 규칙상 신축 경찰서는 설계 당시부터 피의자를 지하로 빼서 수사할 수 있게끔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2017년 9월 현 강남서 건물을 신축한 뒤 가수 구하라씨를 비롯한 유명인 다수가 공개 출석한 전례가 있다. 그래서 강남서의 ‘거짓말 해명’ 논란이 일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조남관(59·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김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과 이번 ‘비공개 출석’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변호사는 김씨 비공개 출석이 “경찰청 공보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공개 출석 사례를 볼 때 “고위 전관 출신 조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비공개 소환이나, ‘경찰서에서 6시간 버티기’ 같은 특혜가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영화배우 이선균(1975~2023)씨에 대한 마약 투약 혐의를 경찰이 조사할 때, 이씨도 변호인을 통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비공개 출석’을 경찰에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하를 통해 이동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거부했다. 칸 영화제에 세 번이나 갔고 기립박수까지 받았던 이씨는 경찰서 포토라인에 세 차례나 섰다. 정장 차림으로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검은색 점퍼·모자 차림이었던 김씨의 복장과는 달랐다. 김씨 측은 최근 언론 보도에 “진술 유출에 유감”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경찰이 대어(大魚)를 낚았다는 식으로 수사했던 이씨는 자살 뒤에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김씨는 음주 뺑소니 후 허위 진술,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공무 집행 방해 등 온갖 논란을 자초했다. 그러면서도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며 수십억원대 수입을 올렸다. 경북 김천시의 ‘김호중 소리길’ 존치를 두고 극성 팬들은 “철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전화 폭탄’을 날린다고 한다. 어느 연예계 인사는 “이선균에게도 저런 팬덤이 있었으면 죽었을까”라고 했다. 김호중과 이선균에 대해 달랐던 ‘공보 준칙’을 보며, 경찰이 극성 팬덤과 고위 전관의 눈치를 보고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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