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국민은 소통만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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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친분 있던 고위직 공무원이 강의 요청을 하여 인사 겸 찾아간 적이 있다.
안내를 맡은 분에게 시장님 어떠시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그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전히 공무원 같다고 짤막하게 대답했지만, 그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컸다.
그런데 전혀 다른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적절히 발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민과 서로 한마음이 되는 공감이 없는 민심 청취는 나 중심적이고 사무적이며 일방적 이해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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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가르치려 하는 대통령, 존중 못 받아
리더십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며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어느 위치에 오를 때쯤이면 나이가 지긋하고 그 정도의 나이엔 자기만의 직업적 습관과 성격이 이미 굳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적절히 발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연합국 사령관으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아이젠하워도 대통령 직분 수행은 생각처럼 편치 않았다. 정부를 운영하는 것, 국회의원을 상대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 대통령은 명령만 내리는 장군하고는 전혀 다른 리더십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공사 부문을 막론하고 치열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간단히 말해, 리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관리형 리더와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리더. 어떤 리더가 적합한지는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역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쉬운 예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을 보자. 창업 초기에 새로운 스마트폰 분야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잡스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애플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반면에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된 이후 애플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내부의 방만 경영을 정리하고 정교하게 관리할 리더십이었으며, 팀 쿡은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통령의 리더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나라가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국가 전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하고 개척하는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역할이 둘 중 하나에 국한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타당하지도 않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리더십이 성공하려면 전체적으로 국가 관리를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타당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새롭게 개척해야 할 분야를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전자는 능력은 당연하고 공사 구별이 분명하며 균형 감각을 지닌 인재 활용이 핵심이고 후자는 글로벌 변화와 미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줄 아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
21세기 우리 사회가 어떤 유형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든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리더가 무조건 이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보듬으며, 권력이 아니라 권위가 돋보이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 7일 민정수석실 신설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심 청취 기능’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민심을 살피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함께하는 공감이다. 국민과 서로 한마음이 되는 공감이 없는 민심 청취는 나 중심적이고 사무적이며 일방적 이해에 그칠 뿐이다. 공감은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믿을 수 있는 행동으로 연결하는 고리이다.
설령 정책 방향이나 내용이 맞더라도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국민을 가르치려 하거나 이끌려고 하는 대통령은 그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오만하게 보인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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