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고객’ 외면한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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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 사업에 대해 주택을 사들이는 가격을 '원가 이하'로 정했다가 올 2월 '합리적 시장가격'으로 바꿨다.
모든 정책도 마찬가지로 고객이 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업 수준의 고객 분석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고객들만 잡으면 되는 기업과 달리 국가는 특정 계층에게만 이로운 정책을 설계해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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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책에는 저마다의 고객이 있다
3월에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층(7개 등급)과 향(8개 방향), 조망(도시·숲·강), 소음(강·중·약) 등에도 등급을 매겨 전면 공개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이런 요소들에 따라 아파트 가격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더라도 정부가 등급을 매겨 공표까지 하면 개인 자산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깜깜이 공시’라는 비판을 피하겠다는 목적만 그럴듯했지, 시장 반응에 대한 고민은 얕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택 정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정부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거둬들였다. 위해 제품 수입을 차단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대책인데, 그 소비자들이 정작 뭘 원하는지는 읽지 못한 결과다. 정부도 오판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 총수들이 내는 메시지 중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고객’이다. 기업의 생존이 고객에게 달려 있어서다. 기업이 이해하려는 대상은 시장에서 타깃 고객층으로, 그리고 개인으로 점차 좁혀졌다. 이젠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서 개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응할지까지 들여다본다.
모든 정책도 마찬가지로 고객이 있다. 매입임대 사업은 우선 집을 갖고 있거나 지으려는 이들부터 해당 정책에 호응해야 한다. 그래야 집을 최대한 확보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싸게 빌려줄 수 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현재 집을 가진 이들은 물론이고 미래에 집을 사려는 잠재 구매자들까지도 해당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 고객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해외 직구 논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업 수준의 고객 분석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고객들만 잡으면 되는 기업과 달리 국가는 특정 계층에게만 이로운 정책을 설계해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기업 전략이나 국가 정책 모두 고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고 본다.
쉽게 만든 정책일수록 부작용도 큰 법
요즘은 국민들의 행태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공무원들도 정책 결과를 예측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장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상황을 더 치밀하게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책상에 앉아 쉽게 만든 공급자 위주 정책은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반면 고객 관점의 정책은 만들기는 어려워도 시행은 오히려 쉽다. 작은 것부터라도 변화를 시도해 봤으면 한다. 이를테면 장관 사진 한 컷을 얻기 위한 현장 방문이나 기업 다그치기 용도의 업계 간담회를 ‘각계 의견 수렴’으로 포장하는 일부터 중단하면 어떨까.
김창덕 산업2부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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