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삼진처리' 김택연 "타자 이름 안 보고, 내 공 던졌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김택연(18)의 등판을 알리자 두산 팬들은 큰 함성을 질렀다.
김택연이 투구를 이어갈수록, 두산 팬들의 함성이 더 커졌다.
'슈퍼루키' 김택연이 두산이 자랑하는 최고의 방패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다.
두산은 2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 1-0으로 앞서다가 7회초 무사 1루에서 최지훈에게 우중월 3루타를 얻어맞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최지강이 박성한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 1사 3루가 됐지만, 'KBO리그 통산 홈런 1위' 최정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꺼낸 카드는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최정과 당당하게 맞섰고, 볼 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1㎞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경기 뒤 김택연은 "최정 선배님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 타자다. 긴장은 했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타자 이름을 보지 않고 승부하고 싶었다"며 "그렇게 마음 먹어도 어쩔 수 없이 흔들려서 풀 카운트에 몰리긴 했지만, '내 공을 던져보자'고 마음 먹고 던진 6구째가 잘 통했다"고 말했다.
외야 플라이 하나면 역전을 허용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김택연은 '현역 최고 타자' 최정을 상대로 '삼진'을 노렸고, 실제로 삼진을 잡았다.
그는 "당연히 그 상황에서 투수에게 최상의 결과는 삼진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하이 패스트볼에서 헛스윙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씩 웃었다.
2사 2루에서 만난 '타율 2위'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잘 맞은 타구를 외야에 보냈지만, 공은 우익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에레디아가 아쉬워하며 배트를 내리치는 장면까지 지켜본 김택연은 "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잘 맞은 타구여서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잡혔다"고 안도하며 "에레디아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8회에도 등판한 김택연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마지막 타자 고명준을 삼진 처리할 때는 의미 있는 장면도 나왔다.
김택연은 3구째 시속 150㎞ 직구를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해, 더그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투구 추적시스템은 '볼'을 선언했다.
다시 마운드에 선 김태연은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로 고명준을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김택연은 '변화구도 잘 던지는, 더 나은 투수'가 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택연은 "고명준 선배를 상대할 때 3구째 직구가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볼이 됐다. 다음 공은 변화구로 던지고 싶었는데, (포수) 김기연 선배가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며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 기뻤다"고 배시시 웃었다.
신인 김택연이 호투하자, 두산 타선이 2점을 뽑았다.
김택연은 1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2승(1세이브)째를 챙겼다.
전날(21일)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데 이어, 이틀 연속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김택연이 연이틀 최고의 활약을 했다. 1사 3루 위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김택연의 시즌 성적은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0이다.
그는 "신인왕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황준서(한화 이글스),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등 입단 동기들이 잘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지만, 김택연은 신인왕 후보로 첫 손에 꼽힌다.
3월 서울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상대로 호투(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극찬을 끌어냈지만, 정작 1군 데뷔전에서는 부진(3월 23일 NC 다이노스전 1이닝 2피안타 2실점)했고, 2군을 다녀온 뒤 반등하는 '서사'까지 만들었다.
이승엽 감독은 위기 상황이 오면 김택연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김택연이 등판하면 두산 팬들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담대한 신인 김택연은 이런 기대감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김택연은 "어제도 오늘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등판했다. 기대해주시니까, 더 힘이 난다"며 "기대에 보답하고자, 더 좋은 투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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