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철학의 속뜻을 새기다…예술공간 아름 ‘늘․참’ 전

정자연 기자 2024. 5. 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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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겔 김종민의 작품. 예술공간 아름 제공

 

수원 행궁동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최제우 탄신 200주년·류영모 탄신 135년을 기리는 ‘늘․참’ 전시가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지난 18일 개막한 ‘늘․참’전은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와 한글철학을 바로 세운 다석 류영모의 철학이 중심이다.

다석을 알리기 위해 평생 힘을 쏟은 올해 구순의 박영호(수원)의 책으로 다석에 눈 뜬 밝돌 김종길, 또 그의 동생이자 그림책 작가인 닝겔 김종민이 이들의 철학을 글과 그림으로 새겨 넣었다.

전시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단지 소리글자만이 아니라 뜻글자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다석이 훈민정음 한글 꼴로 바꾸어 놓은 글씨에는 수많은 철학의 씨들이 담겨있다.

한 건물에서 위아래 층으로 나뉜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닝겔 김종민과 밝돌 김종길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닝겔 김종민의 작품이다. 정자연기자

수운의 사상은 다석이 쓴 한글철학 시에 깊게 스며들어 오묘한 뜻을 이루고 있다.

전시에선 ‘다석일지’에 쓰인 한글 시 가운데 뜻으로 뭉친 글씨를 골라 붓글씨로 다시 새겨 지은 밝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석이 ‘노자(老子)’를 우리말로 풀어 쓴 ‘늙은이’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노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그저 ‘늙은이’라는 뜻이다. 다석은 ‘늙은이’가 ‘늘 그이’를 의미한다 했다.

실험공간 UZ에선 밝돌 김종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글철학의 속 깊은 ‘뜻글’을 새겨넣었다. 정자연기자

닝겔이 연필로 그린 그림과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서로를 이어가면서 꾸미는 작업에선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각종 조각과 동화인 듯 철학인 듯 풀어놓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철학의 씨’를 깨고 캐내는 ‘되새김질’을 통해 우리 한글철학의 속 깊은 ‘뜻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밝돌의 말처럼 전시에선 한글철학의 뜻글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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