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태양 사진, 지구 재난 막을 수도[사진기자의 사談진談/최혁중]
태양을 관측한 사진은 ‘우주 기상 예측’의 시그널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상청이 날씨를 예보하듯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기상예측센터(SWPC)는 나사로부터 태양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제공받고, ‘지자기 폭풍’이 지구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우주 예보’(www.swpc.noaa.gov)를 한다. 재난 예보뿐 아니라 일상생활 관련 정보를 주기도 한다. 9일에는 ‘미국 미시간주 전역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예보를 하기도 했다.
1859년 태양의 흑점 폭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약 22만5000km에 달하는 전신망이 마비되고 전신국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인류 최초로 플레어(flare·태양 대기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를 관측해 그림으로 기록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의 이름을 따 ‘캐링턴 사건’으로 명명됐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2011년 이와 같은 규모의 태양폭풍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하고 복구하는 데 4∼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전자장비 의존도가 훨씬 더 커진 현재라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6000도에 달한다. 모든 것이 녹고 불타 없어지는 환경이지만 인류는 보다 정밀한 관찰과 예보를 위해 태양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사진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태양을 찍으려고 많은 태양 관측 위성이 활동하고 있는데 미국의 ‘파커’ 태양탐사선이 가장 유명하다. ‘파커’는 태양 표면 600만 km까지 접근에 성공했다. 이는 태양과 지구를 100m라고 볼 때 4m 정도로 매우 가까운 거리다. ‘파커’는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11.43cm 두께로 최대 섭씨 1650도를 버틸 수 있게 설계된 태양방패 TPS(Thermal Protection System)를 머리 부분에 장착하고 그 뒤에 카메라를 뒀다. 최고 근접거리 촬영 기록은 유럽우주국이 발사한 ‘솔라 오비터’가 갖고 있다. ‘솔라’는 2021년 5월 말에 태양과 7700만 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에 성공했다. ‘파커’가 ‘솔라’보다 더 가까이 태양에 접근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때 임무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태양풍을 분석하는 게 목적이었다.
미국의 스파이 위성 ‘키홀’은 고도 300km에서 초속 8km 속도로 비행하며 1만3000분의 1초의 셔터 스피드로 사진을 찍는다. 지상에 있는 뉴욕타임스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고 알려졌지만 가로세로 10cm 정도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어 기사가 아닌 제목 정도 식별이 가능하다.
위성들이 갖고 있는 카메라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디카의 렌즈는 경통 안에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여러 장 나열된 구조로 되어 있다. 흔히 ‘대포렌즈’라고 불리는 망원렌즈는 고성능일수록 여러 장의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경통이 길고 무거워져 위성카메라에는 적절치 않다. 위성카메라엔 렌즈 대신 반사경(거울)이 사용된다. 반사경은 렌즈처럼 양면을 사용하지 않고 한쪽 면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뒷면은 최대한 얇게 깎아내 무게를 줄인다.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도 우주를 관측한다. 경통을 가진 천체망원경에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는 CCD센서를 달아 컴퓨터에 연결해 촬영한다. 일반 DSLR 카메라로도 촬영은 가능하지만 태양의 빛을 거를 수 있는 필터와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165년 전 캐링턴은 빛의 속도로 8분 20초 떨어진 태양의 플레어를 망원경으로 보고 그려냈다. 지금도 태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좀 더 가깝게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깨끗하고 선명하게 찍힌 사진 한 장이 지구에 닥칠 재앙을 더 빨리 예측할 수 있기를.
최혁중 사진부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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