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 또 미루겠다는 정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오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가 아닌,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간담회에서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더 토론하고 논의해서 합의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께서 임기 내 연금 개혁의 토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하셨으니 정부를 믿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통령실과 복지부의 연금 개혁을 취재해온 기자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느껴질 뿐이다. 조 장관이 돌연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조차 들었다. 연금 개혁이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고,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으로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가 모를 수 없다.
조 장관은 그동안 수 차례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연금 개혁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소득 대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여야가 합의했고, 받는 돈(소득 대체율)은 국민의힘이 소득의 44%, 민주당은 4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이가 1%포인트에 불과해 사실상 합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금 전문가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26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마의 보험료율 9%’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 효과가 상당하다”고 했다. 연금 개혁이 지연될 경우 하루 1100억~1400억원의 국민연금 기금 적자가 진행돼, 미래 세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를 복지부가 모를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연금 개혁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개혁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이었고, 기자도 이에 일견 공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인내하며 기다리겠다는 걸로 봤다. 그런데 조 장관의 ‘22대 국회에서...’라는 말은 마치 연금 개혁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지 않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6일뿐이다. 우리의 미래는 저출산 고령화로 사실상 확정된 ‘노인들의 대한민국’이다. 앞으로 주어진 6일이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모르면 복지부 공무원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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