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화물터미널 건립 약속 지켜라”… TK신공항 ‘파열음’ [지방기획]
경북道, 군위·의성에 하나씩 설치 제안
당시 국토부 장관도 “기본계획에 포함”
現 박상우 장관 취임 이후 반대 분위기
국토부 추천 자문기구 편향성 논란도
의성 주민들 “우린 소음만 떠안는 상황”
郡 “신공항 자체를 추진 않겠다” 배수진
“국토교통부는 약속한 화물터미널을 설치하라.”
◆대구경북공항,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첫 사례
22일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경북공항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공항과 대구국제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민간·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다. 군 공항은 16.9㎢ 부지에 활주로 2본과 계류장, 탄약고, 유류저장시설, 작전·방호·정비·생활·복지시설 등을 갖춘다. 민항은 92만㎡ 부지에 1226만명의 인원과 21만8000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대구경북공항 이전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당초 군위군이 단독후보지를 고수하며 공항 이전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자 2020년 7월 경북도와 대구시는 신공항 유치 신청서 제출에 합의하는 조건 중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안을 제안했다. 군위군은 공동후보지 유치 시한을 하루 앞둔 2020년 7월30일 극적으로 국방부에 공항 이전 신청서를 제출해 갈등은 어렵사리 봉합됐고, 올해 군위군은 대구시로 행정구역이 편입됐다.
화물터미널이 의성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한 의성 주민은 이런 결과가 나오자 크게 반발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의성군은 “신공항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사업 무산 배수진까지 치면서 화물터미널 문제가 신공항 건설 사업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양측의 갈등이 확산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군위와 의성에 각각 물류터미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군위군은 여객기 전용 터미널을 배치하고, 의성군은 화물기 전용 터미널을 만들자는 내용이 골자다. 경북도는 결국 복수터미널 건설을 대구시와 합의해 국토교통부에 제안했고 당시 원희룡 장관도 “복수 설치안을 적극 검토해 민간공항 기본계획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하며 갈등은 봉합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복수터미널 반대 기류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구경북공항의 화물 물동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토부는 신공항 개항 30년 뒤 2060년 신공항의 항공화물 수요를 21만t으로 예측했다. 반면 경북도는 2050년 항공 수요가 40만t을 넘을 것으로 봤다. 전자상거래 확산과 첨단산업 물류 증가 등으로 항공 물류가 급증할 거란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전문가 자문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이 국토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되면서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달 열린 마지막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복수터미널 안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민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하고 내년 설계에 착수한다. 따라서 복수 화물터미널 건립에 대해 국토부가 이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수터미널 설치는 합의사항입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남억(사진) 경북도 대구경북공항추진본부장은 22일 “대구경북공항 복수터미널 건설은 300만 경북도민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며 “대구·경북 상생 합의까지 더해진 사안으로 필수 불가결해 복수터미널을 반드시 설치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자타 공인 ‘공항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공항공사에서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며 청주공항 민영화와 필리핀 클라크공항 인수에 참여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로펌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법제처에서 입법담당 사무관을 맡아 항공산업과 공항시설법에 대한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있다.
이 본부장은 대구경북공항이 몸집을 키우고 쓰임새 있는 공항이 되기 위해선 복수터미널 설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와 백신, 신선농산물 등은 의성 화물터미널에서 처리하고 군위 화물터미널은 여객기 하부 탑재 화물만 취급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 10위권 내의 대표적 물류 공항인 홍콩 첵랍콕과 미국 멤피스, 중국 상하이 푸둥, 대만 타오위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은 화물터미널이 두 개 이상 설치돼 있는 데다 물류단지와 연접해 있다”며 해외 선진 사례를 설명했다.
도는 대구경북공항을 물류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한민국 중앙에 들어서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현재 인천공항에서 처리하는 대구·경북의 화물뿐만 아니라 충청과 대전 등 인접 지역의 화물까지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수터미널의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 구축이라고 보고 차근차근 사업 밑바탕을 그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고자 화물터미널을 복수로 설치하고 화물 종류에 따라 활용을 달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는 화물전용항공사인 에어인천과 소시어스PE와 2030년 32만t의 화물처리를 목표로 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스위스의 스위스포트와 2030년 15만t 화물처리를 목표로 둔 협약도 맺는 등 대구경북공항을 국제적인 물류 공항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의성=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