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취임 하루 만에 또 파행…라이칭더 앞길은?

홍희정 2024. 5. 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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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타이완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취임한 가운데, 의회는 연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야의 집단 난투극이 잇따르고, 일반 시민들의 시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야권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 개혁법안을 놓고 여야가 집단 난투극을 벌였는데, 장외 집회도 확산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어젯밤 타이완 국회의사당 주변 거리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타이완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야당이 중국과 결탁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시위대는 대부분 젊은 층으로 야당이 강제로 국회를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려 한다고 외쳤습니다.

시위는 낮부터 시작됐는데 참가자가 계속 늘면서 날이 어두워지자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레온 펭/시위 참가자 : "여당인 민진당 의원들이 입법원(의회)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통과를 막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지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위대와 의원들이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는데요.

2014년 일어났던 해바라기 운동을 상기시키는 것인데, 당시 중국과의 무역을 늘리려던 국민당의 계획이 여론에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철회됐습니다.

[앵커]

본회의장 내부에서도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죠.

또 몸싸움이 일어났다면서요?

[기자]

지난 17일 집단 난투극을 불러왔던 의회 개혁법안을 야당이 계속 처리하려고 시도하면서 파행은 계속됐습니다.

어제 타이완 의회는 온종일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야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원들의 고성이 오갔습니다.

[커치엔밍/타이완 민진당 의원 : "오늘 연단에는 야당인 국민당이나 민중당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시진핑이 있는 것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새벽 5시 반에 집결해 오전 7시쯤 문이 열리자마자 연단을 점거했고, 여당인 민진당 의원들은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외치며 본회의장으로 행진해 왔습니다.

두 진영이 맞붙으면서 또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요.

본회의장 내부에는 각자의 주장을 담은 팻말과 현수막이 가득 들어섰고 하얀 띠를 두른 여당 의원들과 짙은 색 조끼를 입은 야당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대립했습니다.

타이완 의회는 지난 17일에도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이 연단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법안을 낚아챈 여당 의원이 마치 미식축구를 하듯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타이완 라이칭더 총통이 이제 막 국정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런 일이 있는 건데, 신임 총통을 견제하려는 건가요?

[기자]

야당이 발의한 국회 개혁 법안은 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를 좀 더 강하게 견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당 출신 라이칭더 총통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지금 타이완의 의회인 입법원은 여당과 제1야당의 의원의 숫자가 불과 한 명 차이입니다.

야당인 국민당이 여당인 민진당보다 한 명이 더 많아 여소야대 정국인데, 여기에 제2야당까지 힘을 합치게 되면 여야 의원 수의 차이는 더 벌어지는데요.

따라서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 되는 부분은 의회 요구가 있을 경우 정부가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공무원이 입법부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투옥까지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입니다.

야당은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 정부의 정책을 정밀하게 조사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시카 첸/타이완 국민당 의원 : "우리가 의회 개혁에 관한 법을 통과시키려 했다고 해서 우리가 '조국을 팔고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여당은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중국도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사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죠.

'신임 총통 길들이기'로 봐야 할까요?

[기자]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사에서 주권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라며 중국과 타이완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중국은 이 부분이 곧 타이완 독립 주장이라며 타이완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했는데요.

중국 인민일보는 한면을 통째로 타이완 문제로 채우면서 취임 연설을 두고 '극도로 미쳐 날뛰는 태도'라고 평가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중국 타이완 담당기구는 라이칭더 총통이 외세에 기대 무력으로 독립을 도모하는 망상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는데요.

미국은 타이완을 엄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은 중국이 타이완 선거를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촉구해 왔다면서 타이완이 자체 방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을 둘러싸고 타이완 내부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까지 공방을 벌인건데요.

이 복잡한 구도 속에서 라이칭더 총통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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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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