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나오는 타자, NC 권희동”…“도움 된다면 더 괴롭혀줄게”
투수 지치게 하는 버티기 능력에
안타도 ‘툭툭’…득점권 타율 0.410
꼭 그런 타자들이 있다. 얼핏 만만해 보이는데 상대하기가 힘들고, 뭔가 당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 때쯤 어김없이 한 방씩 때려버리는 그런 타자들. NC에선 권희동이다. 타격폼만 보면 어설픈 것 같은데, 기어코 뭔가를 만들어낸다.
권희동의 진가는 타석당 투구 수 4.79개에 있다. 권희동은 리그에서 공을 가장 많이 보는 타자다. 리그 평균 3.92개를 크게 웃돌고, 2위인 SSG 박성한(4.40개)과 비교해도 차이가 상당하다.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타자다.
주자가 있으면 더 피곤해진다. 득점권 타율이 0.410. 리그 최고 타자들로 불리는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0.471)와 두산 양의지(0.463) 바로 다음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툭툭 건드리듯 안타를 때려내니 상대로선 더 진이 빠진다.
최근 인터뷰에서 권희동은 “투수가 만약 안우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가야 한다. 멀뚱히 서 있다가 투 스트라이크를 먹어버리면 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투수가 안우진인 건 아니다.
권희동은 “상대 투수 퀵모션이 느리고, 1루에 발 빠른 (박)민우가 나가 있다고 한다면 대처가 달라져야 한다. 민우가 2루로 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버텨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권희동 특유의 독특한 타격 자세도 새삼 화제다. ‘그라운드 위의 파가니니’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한껏 몸을 틀어 정면으로 투수를 마주하며, 오른 어깨 위에 방망이를 걸쳐놓은 폼이 꼭 바이올린을 켜는 것 같다는 의미다. 권희동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좀 지나서야 이해를 했다”고 웃었다.
권희동이 지금 같은 폼이 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콘택트를 하는데 그 자세가 가장 편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바꿔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금방 그만뒀다. 10년도 넘게 같은 폼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노하우도 생겼다.
‘상대하면 욕이 나온다’는 평가에 권희동은 “팬분들께서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다른 팀에서 까다롭다고 하고 타석에서 만나기 싫다고 하면 저한테는 좋은 일”이라며 “투수를 괴롭히려고 타석에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좀 더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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