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러에 신형 미사일 60기·발사대 7개 공급…실전 성능 실험해”
“북한은 개전 이후로 러시아에 신형 KN-23 단거리 미사일 60기와 발사대 7개를 공급했다.”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군사협력 검증총국 부국장을 지낸 안드리 오르디노비치 전 대령은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밝혔다. 그는 북러의 군사적 밀착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신들의 미사일을 더 효과적으로 개량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교훈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면서 ‘실전 성능 실험’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은 실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밀 유도 장치를 개발하고 개선할 수 있다”며 “게다가 북한은 러시아에 ‘무상’으로 포탄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 만큼 그 대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독립반부패위원회(NAKO)의 올레나 트레굽 사무총장도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러시아도 이런 포탄의 대가로 북한을 유무형적으로 돕고있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에게도 위험하다”고 했다.
● “北, 러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60기 공급했다는 21개 증거 확보”
20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을 찾은 오르디노비치 전 대령은 러시아가 올 2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스윙’이라고 불리는 KN-23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북한이 이런 종류의 미사일 최대 60기와 발사대 7개를 러시아에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런 종류의 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했다는 21가지의 증거를 우크라이나 검찰이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종류의 미사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 할 때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협력 검증총국 부국장을 지낸 오르디노비치 전 대령은 퇴임 후 올레나 트레굽 총장과 함께 준정부시민단체 ICUV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우크라이나의 전직 관료와 정치인들이 속한 이 단체는 우방국을 다니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자국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오르디노비치 전 대령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주미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다.우크라이나 경제관료를 지냈고 유엔에도 몸 담았던 트레굽 총장은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독립반부패위원회의 사무총장을 지내고 있다.
오르디노비치 전 대령은 북한이 지난해 7월부터 러시아에 총 230만~300만 발의 포탄을 제공한 사실이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계속 공급 중이란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 군수산업단지에서 포탄 100만 발도 생산할 수 없던 상황에서 북한의 포탄 수백만 발이 러시아에 큰 도움이 됐고, 동시에 우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7월 말부터 러시아에 포탄을 수출했고, 이 포탄이 지난해 9월 첫주와 10월 1일에 각각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 “러 공습으로 우크라 전력시설 70% 가까이 파괴”
그는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성능을 개발하는 ‘학습 효과’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는 무상으로 포탄을 지급받는 것이 아닌 만큼 식량 외에도 우주개발 관련 기술, 잠수함 발사 미사일에 쓰이는 오일 윤활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이 최근 새로 개발해 실전 배치하겠다고 주장하는 ‘유도 기능’을 추가한 신형 240mm 방사포에 대해서는 “이 새로운 유형의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예외적으로 작동하지만, 우리는 살아남고 있다”고 했다. 키이우에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가 선생님이 “방공호”라고 외치면 황급히 몸을 숨기는 비정상적인 생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또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이 70% 가까이 파괴돼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다고도 했다. 그는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전력 수입부터 전력시설 복구 등 전기 유통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겨울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겨울 날씨가 혹독한 편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 대해서 그는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40km 떨어진 하르키우는 도시에 대한 방공망이 충분하지 않아 당장 민간인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최대 공업도시로, 2022년 2월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같은해 가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수복된 곳이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장비를 제거해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트레굽 총장은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에 감사한다” 며 “함께 평화를 지키기위해 노력하기 바란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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