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연상 표현·성폭력… 악재 겹친 트럼프 [특파원+]

박영준 2024. 5.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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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 나선 전·현직 대통령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운동 동영상에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the Third Reich)을 연상시키는 '제국(Reich)'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발표된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 36%를 기록, 재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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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앞두고 전·현 대통령 연일 고전
선거영상서 ‘제국’ 단어 포함 역풍
바이든 “히틀러 언어 사용” 맹공
칸 영화제 상영 전기 영화도 말썽
첫 부인 성폭력 장면 나와 ‘곤욕’
바이든도 지지율 36% 재임 중 최저
표심 잡기용 비축유 방출 지적도

11월 미국 대선에 나선 전·현직 대통령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7월과 8월 당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국내외 악재와 사법리스크, 예상치 못한 개인사까지 불거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게시된 홍보영상. 왼쪽 하단에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표현인 ‘라이히(Reich·제국)’란 단어가 들어가 논란이 일자 트럼프 측은 영상을 삭제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부인에게 성폭력을 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트럼프 측은 영화 내용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형사 재판과 맞물리며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가 그의 외모를 비하하는 아내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포함됐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92년 이혼한 첫 부인 이바나 트럼프는 1990년 이혼소송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증언을 번복하고 해당 주장을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이날 영화를 두고 “이 쓰레기는 오랫동안 틀렸음이 밝혀진 거짓말들을 선정적으로 다룬 순수한 허구이자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란계 덴마크 감독인 알리 압바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바나 트럼프는 (법원에서) 선서하에 증언했다”고 맞받았다.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 흡입 시술을 하고, 탈모를 고치려고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운동 동영상에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the Third Reich)을 연상시키는 ‘제국(Reich)’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날 게시된 30초 분량 동영상에는 “통일된 제국의 탄생으로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했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이 문장에서 통일된 제국을 ‘unified Reich’로 표현했는데 ‘Reich’는 통상적으로 나치 독일의 제3제국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측은 해당 영상이 선거캠프가 만든 영상이 아니라며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진행한 선거 캠페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물을 겨냥해 “이 사람은 미국이 아닌 히틀러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트럼프가 제기하는 위협은 첫 번째 임기 때보다 두 번째 때 더 크다”면서 “트럼프는 만약 그가 11월에 또 지면 피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발표된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 36%를 기록, 재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물가에 따른 경제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특히 이·하마스 전쟁을 놓고서는 지지층 분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여름 휴가철을 맞아 100만배럴의 휘발유를 북동부휘발유공급저장소(NGSR)에서 방출키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표심을 의식해 기름값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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