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에 반대한다 [왜냐면]

한겨레 2024. 5. 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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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반대하는 글(한겨레 5월16일치 25면)을 잘 보았다.

동두천에서 성병관리소로 쓰였던 건물이 동두천의 통합과 자긍심의 원천이 될 수 없는데도 이 법 규정을 논거로 이 건물의 존치를 주장했다.

필자는 성병관리소 건물이 다음 세대에게 "우리의 삶과 역사를 찾고 배우는 교육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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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성병관리소. 이준희 기자

이병화 | 경기도민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반대하는 글(한겨레 5월16일치 25면)을 잘 보았다. 그런데 필자가 제시한 논거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국가유산기본법의 규정 중 ‘지역의 통합과 자긍심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논거로 제시했다. 동두천에서 성병관리소로 쓰였던 건물이 동두천의 통합과 자긍심의 원천이 될 수 없는데도 이 법 규정을 논거로 이 건물의 존치를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지역의 통합과 자긍심은 조상을 포함해 함께 특정 지역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우호적 전통에서 비롯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게 된 이유는 한반도에서의 비극적인 전쟁에서 배태되었고 이 비극적 전쟁이 낳은 것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병관리소 건물의 존재다. 이 건물이 동두천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온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 될 수 있는가? 필자가 “매춘의 포주는 곧 한국 정부”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건물은 자긍심과는 일반적으로 반대되는 정서를 자아낸다.

필자는 성병관리소 건물이 다음 세대에게 “우리의 삶과 역사를 찾고 배우는 교육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의 교육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미군의 성적 만용과 다른 환경적 요건에서 비롯한 성병관리소 건물에서 다음 세대가 배울 점, 즉 다짐할 점은 안타깝게도 없고 참상만 그려질 뿐이다. 왜냐하면 이 건물은 전쟁이 만들어낸 부조화한 성적 인공물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곳에서 비롯한 부조화한 성적 부유물이다. “동두천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건물”은 무엇인가. 만약 이 건물이 이성 간의 조화와 자유로운 합의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교육적 가치가 있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필자는 성병관리소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지만, 동두천 지역의 경제적 개발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실상 동두천시는 미군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하며 이에 대한 지대 등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동두천 시민들의 경제적 조건을 향상시켜 동두천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의 노력이다. 경제적, 환경적 여건을 높이려는 시의 노력을 지난 1970년대에 이뤄졌던 ‘개발’이라는 단어로 매도하며 폄훼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몫이다. 미래적 관점에서 볼 때 성병관리소 건물의 교육적 가치는 없고, 이를 기록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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