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한소희, 아쉽지는 않지만 억울해"…한재림 감독, '현혹' 캐스팅 불발 심경 [TEN인터뷰]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현혹' 캐스팅에 대한 정식 제안을 하기 전, 이야기가 오가던 와중에 기사가 나서 억울한 면도 있었어요. 정확하게 결정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속상하지는 않았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한재림 감독이 류준열이 차기작인 '현혹'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현혹' 주인공으로 류준열, 한소희가 거론됐고, 열흘 뒤쯤 두 사람의 하와이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열애설이 불거졌다. 이후 두 사람은 열애를 인정했지만, 류준열이 혜리와 결별하고 한소희와 사귀는 과정에서 '환승연애설'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었다. 결국 류준열, 한소희는 초고속 결별했고, 두 사람 모두 '현혹'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재림 감독은 아쉬움은 없으나 캐스팅 자체가 확정은 아니었던 만큼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혹'에 대해 "처음엔 영화로 만들고자 했는데 드라마가 더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 감정이나 무드가 중요해 시리즈 물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을 각색했다.
한재림 감독은 류준열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좋았다. '더 킹' 때 한 번 봤는데, 그때는 친하게 지내진 못했다. 말이 별로 없었다. 이번 작품을 제안했더니 아무것도 안보고 하겠다더라. 고마웠다"며 "작품을 하게 됐는데 정말 깜짝 놀랐던 게 정말 캐릭터와 잘 맞았다. 한 장면 한 장면 그냥 안 넘어가더라. 3층이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다. 유머도 담당해야 하고 극도 끌고 가야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오케이를 해도 의심하면서 열심히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작품의 주인공이 사생활 이슈로 논란이 된 것에 속상함은 없었냐고 묻자 한재림 감독은 "배우로서 너무 이 작품에 충실했다. 홍보도 다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배우한테 별다른 속상함은 못 느꼈다"며 "배우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없다. 죄를 지었거나 했으면 그랬을 텐데 사생활 문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재림 감독은 1층 캐릭터로 배성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다 쓰고 캐릭터를 고민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관계자들과 논의를 했고, 다들 시나리오를 본 상태에서 납득을 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논란'이 있던 배우였던 만큼 반대 의견은 없었냐고 묻자 한재림 감독은 "캐릭터가 잘 맞아서 납득을 했던 것 같다. 감독이라 내가 딱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사람의 복귀작이라는 점은 작품의 감독으로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자칫 작품보다 배우에게 이목이 쏠릴 수 있는 만큼 우려 지점은 없었을까. 이에 한재림 감독은 "이게 복귀작이 될지 몰랐다. 찍어놓은 것도 있었기 때문에 복귀를 시키고 말고는 할 것도 없었다. 다른 작품이 먼저 나오겠지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배성우 연기 만족도에 대해서는 "나는 좋았다"며 "연민이 가면서도 슬픈, 그러면서도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줬다. 연극을 했다 보니 다리를 저는 표현도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더 에이트 쇼'는 비슷한 설정이나 소재로 인해 공개 전부터 '오징어게임'과 많이 비교가 됐다. '오징어게임'에 영향을 받은 거냐고 묻자 한재림 감독은 "이 제안을 받았을 때가 '오징어게임' 나오기 전이었다. 오히려 '오징어게임'이 너무 잘 돼서 하지 말아야 하나 생각도 했다"며 "그래서 '파이게임'을 넣게 된거다. '오징어게임'과 반대로 한 명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자였다. 보일 때는 비슷할 순 있어도 전혀 다른 내용이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영향을 받은 건 없다. 다르게 가려고. '오징어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런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고, 달라서 좋다는 사람은 있는 것 같다. 거기서 호불호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보다 '머니게임' 원작이 먼저였다. 의상이 키치한 건 진짜 같은 가짜라는 우리만의 콘셉트를 투영한 거다. '오징어게임'과는 다르다"며 "'오징어게임'은 주최측을 악당이라고 설정해놨다. 그래서 관객은 죄책감 없이 보게 된다. 우리는 주최측이 보이지 않는다. 주최 측이 보는 관객인 거다. 그러니까 조금만 잔인하거나 선정적이어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림 감독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도파민과 재미에 중독되어 있다. 자꾸 자극적이고 재밌는 것만 찾게 되는데, 그러면서 점점 시네마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담겨있다. 찰리채플린의 상징이라고 하는 1층이 영사기에 불타 죽는 게 그런 영화적인 메타"라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 반응 중에 장기자랑에서 천우희와 박해준이 성관계 하는는 걸 왜 안 보여주냐는 말들이 있더라. 근데 이 작품은 그거에 대해 비판하는 거라 보여주면 안 되는 거다. 관객과 만드는 사람과의 질문이었다"며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류준열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장면도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된다. 류준열이 영화 촬영장으로 도망가는 것도 나에게는 상징적인 거다.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와 영화에 대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폭력이 불편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도파민을 자극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재미를 더 줄 수 있었겠지만, 윤리적으로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죠. 시청자들에게 이 작품이 많이 해석되길 바라고 있어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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