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업무 관찰해 조립 따라하는 로봇 나온다

정호준(jeong.hojun@mk.co.kr) 2024. 5.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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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 인터뷰
휴머노이드 업체 100곳 달해
美·中 지능형 로봇 경쟁 치열
10년내 병원·가정 등 보급
인류 고민 로봇이 해결할 듯

"미래에는 로봇에 결과물만 제시하면 로봇이 그 과정을 스스로 찾아 수행하는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립자 겸 인공지능(AI) 연구소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로봇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을 돕고, 사람이 하기에 위험하거나 어려운 영역을 담당하는 세계다. 이 과정에서 로봇이 인간을 보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저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라고 지시하면 로봇이 인간을 관찰하고 스스로 학습해 모방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이끄는 AI 연구소에서도 이 같은 '보고 이해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를 포함해 장기적인 로봇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진행된 'AI 글로벌 포럼' 개회식 키노트에서 그는 "지금은 인간들이 로봇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장날 경우 수리 방법을 찾지만, 훗날에는 로봇들이 스스로 진단하고 고치는 방법을 찾아 수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로봇과 AI에 대한 시각도 공유하면서 "로봇과 AI는 다르지 않다"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AI와 로봇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탐사에 활용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대표적인 예다.

레이버트 소장은 또한 올해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거 쏟아지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많은 생명체가 갑자기 탄생했던 캄브리아기 같은 시대가 로봇 생태계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말이면 100개가 넘는 기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며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오픈AI와 협력해 개발한 '피규어01'을 선보였고, 테슬라도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를 공개한 바 있다. 중국 기업 유비테크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전 세계 기업들이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지난달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 영상을 공개했다. 유압식으로 작동하던 기존 아틀라스와 달리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360도 회전하는 관절 등 인간보다 자유로운 활동 범위가 특징이다. 아직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현대자동차 제조 공정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대차와의 구체적인 협력 사례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정교한 작업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버트 소장은 노약자나 장애인을 보조하는 돌봄의 영역을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사람을 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하면서 연약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워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난도가 있지만 이 같은 로봇의 출현은 10년 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이나 병원 등에서 먼저 활용된 다음 일반 소비자 가정에 본격 투입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와 로봇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개발 단계에서 조심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면서도 "모든 기술에는 이익과 위험이 동시에 따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개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신중한 나머지 기술 발전을 늦춰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미국의 로봇 기업으로,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버트 소장은 1992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창업한 뒤 현재는 현대차가 별도로 설립한 AI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보행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 교수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냈다. 이후 MIT에서 독립하며 1992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창업했다.

[정호준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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