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공섬에 해저터널…남중국해 초긴장
인공섬 3곳에 건설 추진할 듯
미사일·장갑차 배치 가능해져
필리핀·베트남 등 강력 반발
미국도 中군사력 확장 경계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위치한 인공섬 3곳에 대형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군사시설을 배치하고 관련 인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해저터널을 만들어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해양대학교 연구팀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형 해저터널을 건설할 수 있는 새로운 공법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산호초 기반의 인공섬은 특성상 모래 기저층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이 같은 인공섬에 터널을 뚫으면 물이 새어들어가 쉽게 붕괴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섬에 수직 파이프를 삽입하고 시멘트 등이 포함된 혼합물을 주입하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혼합물이 모래 기저층의 틈새를 메우면서 기저층을 단단하게 만든 뒤 터널을 짓는 원리다.
연구에 따르면 이 터널은 상하 2개의 층으로 나뉘도록 설계됐다. 위층은 인공섬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아래층은 미사일 또는 장갑차 등 군용 설비를 저장하거나 운송하는 용도로 쓰인다. 사실상 군사 요새처럼 사용되는 인공섬 내부에 또 다른 군사 요새를 설치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스프래틀리 군도 내 7개 인공섬 중 가장 큰 3개의 인공섬에 설치하자는 예비 착공 계획도 제안했다. 미스치프 암초, 수비 암초, 피어리크로스 암초 등 3곳이 대형 해저터널 공사 위치로 추려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정부 및 군 계획자들을 위한 지침일 뿐이며, 실제 건설 프로젝트의 청사진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스프래틀리 군도 인공섬들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이 연구를 토대로 공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 인공섬에 비행장과 미사일 발사대, 항공기 격납고, 레이더 시스템 등을 포함한 군사시설을 대거 투입해왔는데, 최근 공간 부족 현상이 심해져 확장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특성상 태풍이 빈번하고 습도와 염도도 높아 군용장비가 쉽게 부식될 수 있어 당국이 터널 공사를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2014년부터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산호초 기반 암초 7곳에 인공섬을 만든 뒤 군사 요충지처럼 활용해왔다.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확장 전략을 강행하고 있다.
해저터널을 건설할 경우 필리핀·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이들 국가는 해저터널 건설에 대해 중국이 군사 능력을 확장해 남중국해를 사실상 장악하려고 한다는 의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필리핀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일부러 좌초시킨 군함 '시에라마드레'를 두고 필리핀과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이 좌초된 군함은 중국이 남중국해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필리핀이 영토 경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1999년에 고의적으로 정박시킨 것이다. 중국은 필리핀이 인근 지역에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온 걸 문제 삼으며 필리핀과 여러 차례 충돌을 거듭해왔다.
중국이 인공섬 대형 해저터널 공사를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달 11일 일본·필리핀과 손잡고 사상 처음으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드러내자, 태평양 지배권을 놓칠 수 없는 미국이 아시아 최우방국인 일본, 중국과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과 연대를 꾀한 것이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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