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판 명당 쟁탈전… 박지원, DJ 기리며 615호·김구 손자 815호
이재명 818호·조국 410호 배정
435호 안철수, 707호로 이사방침
낙선자 속출한 6층은 '기피층'
"명당이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이다."
지난 2018년 9월 추석에 개봉했던 영화 <명당> 의 홍보문구에 나오는 '명당'의 정의다. 영화에서는 땅을 둘러싼 이야기로 '천하명당'을 차지해 '왕'이 되길 꿈꾸는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실세의원이나 중진급 의원들은 의원회관에 있는 방 300개 가운데 자신만의 정치적 의미를 담을 수 있거나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당 대표를 배출하는 등 정지적 상징성이 있는 방을 우선 순위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얄층이나 편의성을 고려하는 당선인들도 상당 수 있다. 방 배정은 관례적으로 선수나 나이를 고려해 이뤄진다.
단연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의원실에 관심이 높다. '대통령의 정기'를 받으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 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썼던 325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썼던 312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낸 638호가 인기가 많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8·15 광복절, 6·15남북공동선언 등 역사적인 날을 상징하는 방도 선호도가 높다. 특히 518호실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당선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개별 의원 방으로는 국회의장을 배출했던 방이 인기가 높다. 특히 718호와 454호를 명당으로 꼽는다. 718호는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정세균 전 의원실이고, 454호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썼던 방이다. 이 중 454호는 거쳐 간 의원들의 선수만 따져도 15선 정도다. 지난 2015년 12월 별세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이 방의 주인이었는데, 이 전 의장은 비례대표 4선을 포함해 8선이나 했다.
7선을 했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사용했던 1001호실도 인기가 많다. 외부와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당선을 향한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는 의도다.
층별로 따지면 6~8층이 로열층이다. 이층에 위치한 방은 국회 잔디밭과 분수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는 한강변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그러나 이들 층에 위치한 방은 선수가 높은 다선 의원들이 많이 차지한다.
반면 낙선자가 수두룩한 방이나 층은 꺼려하는 분위기다. 22대 총선에서는 6층에서 낙선자가 속출, '기피층'으로 꼽힌다.
다만 22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최고령 당선과 최고 득표율 기록을 세운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20대 국회에서 썼던 615호실을 선택했다. 박 당선인측은 "김대중 정부 시기 6·15남북공동선언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며 "게다가 그 방을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대변인 등을 지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헌정사상 여성 최다선 기록을 세운 추미애 당선인은 701호를 선택했다. 추 당선인측은 "당초 501호를 썼다"며 "1호 라인이 익숙해 그 라인을 찾다보니 방 하나가 있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18호를 그대로 쓸 것으로 전해졌다. 818호는 송영길 전 대표가 사용했던 방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8·15 광복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815호를 사용했지만, 22대 국회에서 백범 김구 증손자인 김용만 당선인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썼던 804호로 옮긴다.
국민의힘 당선인들은 아직 방 배정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328호를 쓰고 있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저층'인 3층에서 벗어나 고층으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원내대표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전체적으로 움직임은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여당 소속 지역구 최다선인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주에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희망하시는 방은 있지만 아직 미확정 상태여서 밝혀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435호를 사용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707호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707호는 국회 중앙 잔디밭을 보긴 어렵지만 국회 본청 뷰를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안 의원측은 "당에서 중진 의원들에게 전망좋은 방을 배정하는 관례에 따라 옮기는 것 같다"며 "방 배정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제3지대 정당 대표들은 방 배정을 어느 정도 확정지은 상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01호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552호를 쓸 예정인데,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웃사촌이 된다. 신장식 당선인은 고(故) 노회찬 의원의 방이었던 510호를 사용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530호를 배정받는다. 이 방은 현재 윤미향 의원이 쓰고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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