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수년 미뤄질 위기에 ‘자화자찬’ 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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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의 연금개혁이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가 연금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는 연금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이처럼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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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초석 마련” 자평
17년 만의 연금개혁이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가 연금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는 연금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이처럼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차 재정추계 및 종합운영계획, 해외사례 등 모두 25종 5621쪽 분량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공개해 연금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추계와 이해관계자 집단 면접조사(FGI), 전문가포럼 등도 연금개혁 추진 성과로 내세웠다.
조 장관은 연금개혁을 21대 국회 회기 종료 전 완료하기보다 새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조 장관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합의하는 것보단 관련 있는 구조개혁 부분은 같이 고려해서 해야 한다 생각한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급하게 하기보단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연금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향후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실제 개혁 실행 시기는 수년 늦춰질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구체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에 조 장관은 국회와 국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책임을 피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말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변경)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맹탕’이란 평가가 나왔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여러 정부에서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정부가 방안을 내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방안을 내기보단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계획안 발표에 앞서, 전문가 논의를 종합해 마련한 연금재정계산위원회 최종 보고서에는 24가지 모수개혁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추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부는 지난해 종합운영계획안을 공개하며 모수개혁 방안도 내지 않았고, 시민 공론화로 도출된 방안도 재정상 어렵다는 등의 의견만 내놨다”면서 “그런 태도를 보여놓고 연금개혁의 추진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이번 국회 회기가 끝나는 29일까지 개혁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연금특위 전체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해 남은 기간 여야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금특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방안(민주당)과 보험료율을 마찬가지로 13%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는 방안(국민의힘) 사이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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