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국경 근처서 전술핵 훈련 시작…영상까지 공개

장예지 기자 2024. 5.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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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반발해왔던 러시아가 21일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이 그동안 전략 핵무기 훈련은 정기적으로 공개해왔으나, 전술 핵무기 훈련 계획 공개는 이례적이다.

나흘 뒤인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전술 핵무기 훈련을 명령했고 러시아 국방부가 이 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 전술 핵무기 훈련 계획 공개는 사상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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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향한 ‘경고’ 차원
21일 러시아 남부군관구에서 전술핵 훈련을 한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반발해왔던 러시아가 21일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남부군관구에서 “훈련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며 1분30초 분량의 훈련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 본부를 둔 남부군관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남부 지역과 더불어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 그리고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을 관할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정확한 작전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인 이번 훈련엔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이 동원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편대 인력이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 시스템에 특수 탄두를 싣고 발사대에 미사일을 장착해 지정된 발사 지역으로 은밀하게 전진하는 전투를 연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군용차량이 숲이 우거진 도로를 이동하는 모습과 함께, 탄두 모양이 흐릿하게 보이는 이동식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이 발사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비행장에서 핵탄두를 탑재할 폭격기를 준비하는 군의 모습도 실렸다.

러시아군이 그동안 전략 핵무기 훈련은 정기적으로 공개해왔으나, 전술 핵무기 훈련 계획 공개는 이례적이다. 전략 핵무기는 도시 전체 등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이고 전술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보다는 제한된 지역을 파괴하는 핵무기를 가리킨다. 그러나 전술 핵무기라고 해도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하며 전략 핵무기보다는 사용 문턱이 낮다.

러시아는 보유 전술 핵무기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1558기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전략 핵무기는 미-러 군축 협정의 대상이었지만 전술 핵무기는 통제 밖이었다. 러시아 전술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한 전략 핵무기와 달리 유럽·아시아의 전장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서방은 본다.

이번 러시아의 전술 핵 훈련 공개는 서방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선을 돌파하고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면 프랑스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나흘 뒤인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전술 핵무기 훈련을 명령했고 러시아 국방부가 이 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 전술 핵무기 훈련 계획 공개는 사상 처음이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전승절 열병식에서도 “우리의 전략군은 언제나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고, 열병식 뒤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전술 핵무기 훈련을 위한 공동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립외교원 이태림 교수는 한겨레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개념을 바꿀 정도의 초강수를 두자 러시아로서도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서방에서 새로운 단결의 기류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 실제 전술 핵 훈련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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