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당원권 강화 수순, 대의 민주주의 흔드는 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경선을 계기로 강성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당원권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1일 "왜 의장 선거에서 민심 혹은 당원의 일반적 의견과 다른 결론이 났는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개선할 건지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했다. 명심(明心·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경선에서 떨어진 사실을 이 대표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에 이론이 없을 것 같다"면서 당내 '당원국'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당원권 강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은 22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되는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당원권 강화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의원들 사이에는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후보 경선에도 권리당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양문석 당선인은 권리당원 비율 50% 안을 내놓았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20%, 김민석 의원은 10%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원권이 강화되고 '개딸'(개혁의 딸)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차기 당대표 선출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나 차기 대선 도전에도 유리하다. 이 대표 스스로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홍위병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당원권을 강화되면 강성 당원이 직접 의회 정치에 개입하는 꼴이 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장과 부의장, 원내대표 선거까지 강성 팬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직무를 당원이 결정한다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퇴임간담회에서 "왜 국회의원을 보고 헌법기관이라고 하는지, 누가 뽑은 국회의원인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팬덤이 국회의원 당선에 기여한 비율은 아마 0.1% 미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원의 의견은 참고만 해야지 거기에 너무 매몰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99.9%의 국민은 놓아두고 0.1%의 극성 당원이 좌지우지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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