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카운트다운, 여당 이탈 ‘17표’ 수싸움 시작
야당, 양심에 호소와 압박, 편지까지
부결돼도 여당 이탈 8석이면 야당 승기
오는 28일로 예정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이탈표(찬성표) 17표를 끌어내려는 야당과 어떻게든 이탈을 막으려는 여당의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여당 지도부는 일부 이탈표가 있어도 가결될 일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야당은 여당에서 낙선·낙천한 의원들의 불참과 무기명 투표 뒤에 숨은 찬성표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2일 3선 이상 중진들을 모아 표 단속을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모임 후 “우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모여서 당론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가결될 것이란 생각은 안하는데, 가급적 이탈표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가 전임자인 윤재옥 전 원내대표와 함께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본회의 출석과 반대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소신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낙천·낙선·불출마한 58명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찬성 표결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김웅·안철수·유의동 의원까지 3명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민주당이 우리 당을 설득하면 거부감이 생겨 긁어부스럼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의 설득 움직임을 견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여론전과 개별 설득의 양동작전을 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거부하면 무도한 정권의 공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양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여당에) 이탈표가 세 분 말고 더 있을 거란 느낌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표현하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특검법에 찬성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113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 간사를 통해 상임위 별로 민주당 낙선·낙천 의원들이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내부 단속에도 신경을 썼다.
재의요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시 가결된다. 표결 참여가 가능한 의원 295명이 모두 참여하고 야당에서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 113명 중 17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면 통과된다.
재의결이 가결될 경우 야당의 완벽한 승리, 윤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불신임으로 해석되면서 윤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결되더라도 이탈표 규모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이탈표가 8표 이상이면 22대 국회를 목전에 두고 펼쳐진 전초전에서 야당이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범야권이 192석으로 국민의힘 108석 중 8표 이상만 이탈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에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웅 의원은 통화에서 “부결까진 어렵겠지만, 내게 찬성하겠다고 한 의원이 5명이니 말 안한 사람까지 하면 10명은 되지 않겠나”라며 “8명 이상은 돼야 다음 국회에서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 생각해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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