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시민이 함께 만든 뮤지컬 ‘다시, 봄’…중년 여배우들 “이건 내 얘기” [플랫]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은 창작 뮤지컬 중에서도 특이한 작품이다. 뮤지컬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실제 50대 배우와 시민이 참여하는 생애전환기 워크숍을 통해 극을 개발했다. 중년의 여고 동창들이 여행길에 버스 사고를 당한 뒤 인생 2막이라는 화두를 생각한다는 내용의 이 뮤지컬은 반신반의의 시선을 이겨내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초연, 지난해 재연에 이어 6월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삼연 중이다. 지금까지 공연된 13회차 중 9회가 매진이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다시, 봄> 주역들이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서울시뮤지컬단원이자 초연부터 함께한 왕은숙, 재연부터 출연한 문희경, 이번에 처음 참여한 황석정·예지원이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작품이 관객과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했다. 왕은숙은 “배우의 대사에 ‘나도 그래요’ 하고 끼어드는 관객도 있다”고 전했다. 문희경은 “중년의 엄마와 함께 온 딸이 우는 모습도 봤다. 노래 중간에 신나서 박수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황석정은 “중년 여성만 올 줄 알았는데, 젊은 관객부터 혼자 온 중년 남성 관객까지 다양해서 놀랐다”며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돼야 한다. 외국 뮤지컬은 아무리 훌륭해도 조금은 거리감이 있다. 내가 타미나 존스는 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예지원은 “평소에 독설가인 지인 중에서도 뒤풀이하며 기술적 문제를 지적한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본인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이나 뮤지컬을 막론하고 중년 여배우는 줄어드는 배역에 고민이 깊다. <다시, 봄>엔 7명의 여배우와 1명의 남배우가 등장한다. 김덕희 예술감독은 “7명의 여배우가 모두 주인공이 되도록 병렬식 쇼뮤지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당시 곡에 배우를 맞추는 게 아니라, 배우에 맞게 곡을 작곡했다. 연리목 작곡가가 초연 배우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들은 뒤 그들의 음색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었다. 김솔지 작가는 배우들의 생애사에 대해 오래 인터뷰한 뒤 캐릭터를 만들었다. 배역이 초연 배우에게 ‘맞춤옷’ 같아서 재연 배우들은 다소 고생을 했다. 김덕희 감독은 “삼연부터는 어떤 배우가 와서 연기해도 롱런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희경은 “재연 때는 좀 힘들었지만, 삼연부터는 내 얘기 같다. 어떤 여배우가 와도 자기 얘기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봄>은 배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듯 보인다. 황석정은 “어릴 때부터 엄마를 너무 싫어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얼마 전 공연 끝나고 엄마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보내고 나서 나도 놀랐는데, 이 작품 영향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작품 하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친구들을 만난 것 같다. 누군가 아프거나 해서 소리가 부족하면 모두 쌍심지 켜고 채워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예지원은 “아는 드라마·영화 감독님을 다 초대하고 있다”며 “분명 <다시, 봄>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시, 봄>은 서울시뮤지컬단 단원에 황석정이 참여한 ‘다시 팀’, 문희경·예지원 등 기성 여배우들이 참여한 ‘봄 팀’으로 나뉘어 공연 중이다.
▼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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