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세습통치로 회귀할까…최고권력 향배 '시계제로'

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2024. 5. 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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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치' 이란 최고 지도자의 절대권력


헬기 추락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이 사망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각 국 대사를 비롯한 추모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란은 신정일치 국가다. 종교 지도자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인준, 해임 권한은 물론 군 통수권, 경찰과 도덕 경찰에 대한 권한도 갖는다. 내치와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1인 통치를 하는 것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는 단 2명 뿐,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2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현재 최고지도자다.

물론 행정부 수반은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 역시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통령제 국가에 비해 권한은 크지 않다.

다만 대통령은 최고지도자로 가는 전단계로 여겨진다. 실제 하메네이도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직전 8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6월 28일 대통령 보궐선거…정국 분수령


지난 19일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도 행정부 수반이라는 지위 자체 보다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 1순위라는 점에서 주목 받던 인물이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낙점된 인물이 갑자기 사망하자 전세계의 관심은 향후 이란 권력 체계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의 추도식은 2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거행된다. 장례 일정 후 대통령 보궐 선거 일정이 곧바로 시작된다.

이란 정부는 대통령 유고시 50일 안에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한 헌법에 따라 6월 28일 보궐선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달 28일까지 대선 후보 등록이 실시된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보궐선거가 이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8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곧바로 이란 최고 실력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선실세' 모즈타바 부상…'세습 통치' 논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운데). 연합뉴스

선거가 불과 6주 남았지만 아직은 뚜렷한 후보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통해 3~4명의 후보가 거론된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4)다.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재 하메네이는 그의 아버지 하메네이가 소유하던 경제 기반을 흡수한 뒤 이란 정부 내 보안 관계자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모즈타바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잠재적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전했다. 향후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저항도 예상된다.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권력을 세습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메네이도 지난해 아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즈타바는 현재 이란 최대 신학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최고지위자가 될 만큼 높은 신학적 지위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계구도 권력투쟁 …결국 하메네이의 선택


또 다른 후보로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가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소속 알리레자 아라피(67)가 언급된다. 아라피는 명망 있는 종교 지도자로 하메네이가 알 무스타파 국제 대학의 총장으로 직접 발탁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63) 국회의장의 출마도 거론된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여러 차례 나와 인지도가 있는데, 중도, 진보적 성향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대통령 선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모하마드 모크베르(69) 수석부통령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도 거론된다.

다만,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하메네이의 의중이 반영되는 만큼, 하메네이가 과연 누구를 낙점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하메네이가 권력 세습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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