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더이상 은둔은 없다…김건희 여사의 귀환
◇A컷
김건희 여사의 귀환…일주일 새 3차례 공개행보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5개월 여 간의 잠행을 끝내고 공개행보를 재개했다.
단순한 공개행보 재개가 아니라 광폭행보 수준이다. 지난 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공식 오찬을 시작으로 3일 만인 19일 경기도 양주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고, 또 다시 이틀 만인 21일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고 있는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관람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 등 수사가 진행 중이나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논란에 사과를 표명한 뒤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김 여사는 특히 영부인으로서 인연을 맺었거나 성과를 내는데 역할을 했던 행사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 여사가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관람한 지난 21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이번 전시는 작년 5월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를 만났을 때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전시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국 영부인의 강한 의지와 양국 관계기관의 노력 덕분에 전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전시회 인사말에서 "우크라이나에선 우리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공포에 떨고 자신들이 다니는 놀이터나 학교에서 갑자기 폭발 사고가 난다"면서 "그 참혹한 현장의 이야기를 우리도 같은 인류로서 생명 존중과 평화의 필요성을 꼭 공유하고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죽어가는 우리의 아이들과 동물들을 지켜달라'는 젤렌스카 여사의 말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며 "우리 모두 생명 존중과 세계 평화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12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센터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그림 전시를 관람했다. 당시 김 여사는 전시회를 둘러본 뒤 젤렌스카 여사에게 "평화와 희망에 대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국에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그림 전시회를 추진할 뜻을 전했다. 김 여사는 "그림만큼 전쟁의 참혹상을 잘 전달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생각했다. 전쟁의 아픔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고자 전시를 추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양국 영부인의 환담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양국 문화부 간 전시 협력이 논의가 시작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시 추진은 쉽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불안정과 연락 수단 제한, 작품 운송 위험 등의 어려움으로 수 차례 중단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논의가 시작된지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에야 전시제안서 및 목록이 접수됐고, 올해 3월과 4월에 걸쳐 양국 관련 기관 간 양해각서(MOU) 및 전시계약 체결이 이뤄져 5월 전시회 개최가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전쟁으로 인한 어린이의 인권 문제와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치유를 응원하기 위한 한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간의 노력과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대중 앞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양주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다. 김 여사가 대외적인 공식일정을 한 것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2일 조계사에 마련된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의 분향소를 방문한 이후 169일 만이다.
김 여사가 이날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에 참석한 것은 김 여사가 사리 이운이 성사되는 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지난달 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되는 것을 기념해 행사를 마련했다. 사리가 공개되는 것은 고려 후기 사리탑 봉안 이후 600년 만에 최초다. 지공선사(指空禪師) 서역과 중국을 거쳐 고려의 불교를 중흥하고 양주 회암사를 창건한 인도 출신의 승려이고, 나옹선사(懶翁禪師) 지공선사로부터 불법을 배우고, 공민왕의 왕사로 활동한 명승이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 보스턴미술관과 반환 협상에 나섰지만 2013년 이후 반환 논의가 중단됐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28일 미국 순방 당시 사리구를 소장하고 있는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메튜 테이텔바움 미술관장 등 관계자들과 한미 문화예술 교류 확대방안을 논의하던 중 사리구와 사리의 반환 관련 양국 간 논의 재개를 당부한 바 있다. 이후 문화유산청과 조계종, 미술관 간 공식 서한을 주고받는 등 협의를 진행한 끝에 사리는 조계종에 기증해 영구 반환하고, 사리구는 일정기간 임시대여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를 찾은 윤 대통령에게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에 사리반환 논의를 적극 요청하는 등 사리 본지환처에 큰 역할을 해 모셔올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우리 불교계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작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환지본처는 천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행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함께 모든 국민에게 행복이 가득하기를 서원하며 헌등했다.
김 여사는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기 전 사진으로 먼저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공식오찬과 배우자 일정, 캄보디아 정상 부부 배웅 등의 자리에 김 여사가 함께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여사의 잠행 153일 만의 공식석상이었다. 사진에서 김 여사는 미소를 띤 표정으로 마넷 총리 부인인 뺏 짠모니 여사와 함께 대통령실 청사 정문으로 들어섰고, 대통령실 곳곳을 소개했다. 또한 김 여사는 공식 오찬이 끝난 뒤 윤 대통령과 함께 마넷 총리, 짠모니 여사를 배웅했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와도 인연이 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과 동행했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옥 로타 군의 집을 방문해 위로했다. 이후 로타 군은 우리나라의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로타 군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축하해주기도 했다.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증폭된 이후 모든 공개활동을 중단했던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재개한 만큼 향후 김 여사가 더 활발하게 공식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검찰 등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폭로하고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 20일 검찰에 출석해 9시간 가량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백 대표는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탁한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직위를 청탁했는지를 포함해 명확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전날인 21일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선물한 것으로 추정되는 책을 주웠다고 주장하는 권성희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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