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에 ‘금속노조 없어야 상생’은 유사 반공 논리”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없어야 상생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은 “유사 반공 논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GGM이 순항하려면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정치학자)은 22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광주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라는 과제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GGM 공장엔 올해 1분기 기업별 노조(광주글로벌모터스노조·GGM노조) 두 곳이 조직됐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별 노조 두 곳 모두 지난달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GGM 노동자들이 ‘무노조 원칙’을 깬 탓에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상생협의회의 결정사항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대수 35만대 달성 시까지로 한다’는 협약 문구를 ‘무노조 합의’로 해석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노조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한 노동자 대표기구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며 “제조업 분야 세계적 대기업 중 금속노조가 없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도 고려하면 ‘금속노조가 없어야 상생이 된다’와 같은 ‘유사 반공’ 논리를 동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오히려 더 나은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모델을 참고했다. 1999년 경영 압박에 처한 폭스바겐은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대신 폭스바겐 노동자 임금의 80%(5000마르크)를 주는 별도 독립법인 신설을 노조에 제안했다. 이후 노사 합의로 2001년 볼프스부르크에 아우토 5000 공장이 설립됐다. 박 전 연구위원은 “아우토 5000 모델은 노사가 단체교섭 형태로 합의를 한 모델인 데 반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사실상 노사가 빠진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저렴한 SUV 생산 공장을 갖게 되었는데도 노사관계 책임은 면제받을 수 있었던 반면,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무노조 합의’라는 실체 없는 공세로 사실상 결사, 교섭 같은 기본권을 제약당했다”고 했다.
박 전 연구위원은 지역 노사민정이 2기 광주형 일자리 기획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현대차라는 대기업이 원하는 바를 얻었으니 이제는 지역이 그 혜택을 볼 차례”라며 “‘기업하기만 좋게 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라면 이제 기업도 책임 있는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상생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GGM은 물론 현대차도 더 이상 광주형 일자리의 아웃사이더가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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