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누빌 바퀴 로봇, 수백년 가는 원자력 전지 쓴다

송복규 기자 2024. 5. 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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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화성 탐사 로버에 열전 발전기 장착
플루토늄 대신 아메리슘…저렴하고 수명 길어
한국도 영국과 열전 발전기 개발 중
유럽우주국(ESA)가 개발 중인 화성 탐사 로버 '로절린드 프랭클린' 상상도./ESA

원자력 에너지가 심우주 탐사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유럽이 화성을 탐사할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에 원자력 전지를 장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자력 전지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수백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도 달 탐사에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화성 탐사 로버인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에 방사성 물질인 아메리슘을 활용한 ‘방사성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아메리슘 열전 발전기가 우주 탐사 로버에 적용되는 건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는 1950년대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 공헌한 영국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땄다. 유럽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인 엑소마스(Exo Mars)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로버는 지하 2m까지 시추할 수 있는 장비로 화성에서 미생물 같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예정이다. ESA는 당초 2022년 9월 러시아 프로톤 로켓으로엑소마스 탐사선을 발사하려고 했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협력 관계를 끊으면서 일정이 2028년으로 연기됐다. 발사도 미국 로켓으로 하기로 했다.

열전 발전기는 온도가 변하면 전기를 만드는 열전(熱電)소자를 이용한다. 열전소자는 전지에 들어있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하면서 나오는 열로 전기를 만든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목성 탐사선 갈릴레이호와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 화성 탐사 로버인 큐리오시티에도 열전 발전기가 들어갔다.

ESA는 영국 원자력연구소와 레스터대가 개발한 아메리슘 열전 발전기를 로버에 장착하기로 했다. 로버에 장착할 열전 발전기 기술은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용해온 열전 발전기는 플루토늄을 활용한다. 영국이 사용할 아메리슘은 플루토늄보다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

대신 아메리슘은 핵폐기물에서 얻어 저렴하고, 에너지가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가 432년에 달해 사용 기간이 플루토늄보다 5배나 길다는 장점이 있다. 열전 발전기를 수백년 동안 쓸 수 있어 우주 탐사 기간과 범위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22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실증한 방사성동위원소 열전 발전기./한국원자력연구원

ESA가 사용할 열전 발전기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9년부터 영국 원자력연구소, 레스터대 연구진과 협력해 아메리슘 열전 발전기를 개발했다. 한국과 영국 연구진은 각자 개발한 부품들을 교차 평가하면서 열전 발전기를 제작했다. 특히 영국은 열전 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한 탄소 복합제와 우주 모사 시험을 한국에서 진행했다.

홍진태 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연구부장은 “플루토늄은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하다 보니 비싼데, 아메리슘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분리하면 돼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며 “한국과 영국은 서로 교차 검증을 통해 열전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영국과 공동 개발한 열전 발전기를 달 착륙선 임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오는 9월에 있을 달 착륙선 탑재체 사업 공모에 아메리슘 열전 발전기를 활용한 과제를 제안할 예정이다. 앞서 국내 연구진은 2022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열전 발전기를 성능검증위성에 실어 실증에 성공했다. 이때 검증한 열전 발전기는 전력 120㎽를 생산하는 시제품이었다. 자체 기술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를 실증한 건 한국이 미국, 러시아에서 이어 세 번째다.

원자력 에너지는 앞으로 우주 탐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사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에서 건설할 달 기지에 열핵분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 ‘킬로파워’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원자로는 열전 발전기보다 출력이 훨씬 높아 1㎾ 수준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 원자로를 4기 설치하면 기지에서 4~6명이 탐사 활동을 이어갈 충분한 양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원자력 에너지로 추진하는 우주선도 개발 중이다. 나사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핵분열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제논 가스를 분사하는 원자력 추진 우주선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로 제논 가스를 전기를 띤 입자인 이온 상태로 만든다. 분사구 끝에서 반대편 전기를 걸어주면 이온이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추진력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추진하면 우주선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궤도도 더 자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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