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채상병 특검, 한치 흐트러짐 없이 당론으로 반대"...탄핵 봉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간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은 안철수, 김웅, 유의동 의원 등 3명이다. 일각에서 수정안을 제출해 동의하자는 조건부 찬성론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찬성표를 던질 여당 의원이 3명보다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특검법 통과를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를 강행하고 국회의장이 개최할 경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당론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을 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건 초동 수사와 경찰 이첩 과정에 대통령실, 국방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고 직후 해병대 수사단은 책임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뒤 국방부 결재를 받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후 국방부는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것을 보류하라고 지시하고 수사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1차 수사 책임자였던 해병대 박정훈 대령은 집단항명수괴 등의 혐의로 입건되고 보직해임됐다.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을 도입해 이 같은 내용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채상병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제도)으로 지정됐다. 이달 초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이어졌다.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경우 윤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총선 참패로 민심을 확인했다는 이유를 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야권에서 '억울하게 숨진 군인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자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고 나오니 여론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특검법 찬성을 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당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더 크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악재가 발생하면 추후 이어지는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고 다음 총선에까지 악영향이 이어진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특히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 확실시된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법 등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각종 특검법이 탄핵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더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수사기관 수사를 지켜봐도 늦지 않는데 야권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채상병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은 전략적 선택을 할 일이 아니다"라며 "모든 일들을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우리의 (반대) 생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된다. 부결되면 폐기된다. 21대 국회 현재 의석상 전원 출석시 여권에서 17표의 이탈표가 나오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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