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만에 1851억→414억 ‘쪼그라든 곳간’…이 회사에 무슨 일이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기준 엔씨소프트의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13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1851억원)보다 77.6% 축소됐다. 이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전체 유동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6%에서 2.1%로 6.5%포인트(p) 내려갔다.
엔씨소프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이유로 실적 악화에서 비롯된 수익 창출 능력 감소와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이 꼽힌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업이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현금과 수표, 보통·당좌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머니마켓펀드(MMF) 등이 포함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매출액 3797억원과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6.9%와 68.5%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571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1141억원) 대비 반 토막 났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장기투자자산 출자와 지난 1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상환이 겹치게 되면서 엔씨소프트의 현금 유출 총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는 7월에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보유 현금 규모 축소보다 고금리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3년)는 연 3.41% 금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연 3.15%)에 비해 0.26%p 뛰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항목이 지난해 말 대비 줄어든 것은 회사채 상환 영향도 있지만, 보유 현금을 투자 자산으로 전환하면서 감소한 것”이라며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자산까지 포함해 1조7200억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장이 치열할수록 기술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도 연구개발비는 줄이지 않는다”며 “연구개발비 할당도 힘든 상황에서 투자상품에 거액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구조 조정과 부동산 처분을 진행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들어 산하 조직 분사와 권고사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감원 인력은 5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엔씨소프트의 임직원 수는 5023명에 달한다.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타워 매각을 추진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엔씨타워를 팔아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하겠다”며 “판교R&D센터도 자산 유동화를 거쳐 부동산 자산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다음 달 출시하는 배틀크러쉬를 포함해 신작 3종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쓰론앤리버티,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2M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가 제작한 게임을 서비스하던 플랫폼 퍼플(PURPLE)도 해외 게임을 론칭하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다. 공격적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신사옥 건립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경기 성남시 판교동에 글로벌 RDI(Resaearch·Development·Innovation) 센터를 짓고 있다. 토지 매입비 4300억원, 공사비 5800억원이 들어간다.
한편 다른 게임회사들도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으로 불리는 넥슨(967억원→911억원)과 넷마블(356억원→297억원)이 보유한 현금도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만큼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사업부 정리와 주식 매각, 마케팅 비용 절감, 회사채 발행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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