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1958’ 이제훈, 또 다른 박영한·김도기·박해영을 위하여[스경X인터뷰]
배우 이제훈에게는 몇 가지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정의구현 캐릭터를 즐겨 연기한다는 것. 특히 드라마에서 2016년 tvN ‘시그널’의 박해영 형사로 인기를 끈 이후, 벌써 세 번째 시즌이 제작되는 ‘모범택시’에서의 해결사 김도기 그리고 이번 MBC ‘수사반장 1958’의 박영한 형사까지 그의 선함의 연대기는 이어진다.
게다가 그는 시리즈물을 즐긴다는 이미지도 있다. ‘시그널’은 8년 만에 두 번째 시즌의 제작을 알려 시리즈물의 대열에 올랐고, ‘모범택시’ 역시 시리즈물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내심 ‘수사반장’도 시리즈물로 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물론 비슷한 성격의 배역과 같은 설정을 반복해야 하는 시리즈물을 거듭해야 한다는 사실은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생명력을 늘리는 배우에게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제훈의 관점은 만드는 사람이나 연기하는 사람이 아닌 보는 사람, 즉 시청자나 관객에게 맞춰져 있다.
“제 의지에 상관없이 이후의 이야기를 대중이 얼마나 보고 싶어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는 것 같고요. 물론 반복 재생되는 이미지, 그리고 그 소비가 걱정되겠지만 그건 다른 작품을 통해 제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리즈물을 할 수 있다는 게 한국에서는 쉽지 않잖아요. 반면 미국 드라마는 시리즈가 많고 시즌 5를 넘는 작품도 자주 볼 수 있고요. 한 인물이 한 캐릭터를 매년 하면서 시간이 지나 변하고 성장하며, 심지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지난주 막을 내린 ‘수사반장 1958’은 이미 대상수상 경력이 있는 이제훈에게도 도전이었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그야말로 70~80년대를 관통한 인기 드라마의 프리퀄(이전 이야기) 격 작품이었고 ‘전원일기’ 양촌리 김회장과 함께 배우 최불암의 인생 양대 캐릭터 박영한을 연기해야 했다. 게다가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한국전쟁 당시나 그 직후가 아닌 1958년,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를 다뤄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정말 오롯이 최불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막판 박영한 역을 연기하신 최불암 선생님이 이미 작고하신 동료분들의 묘를 찾는 장면은 실제와 겹치면서 많은 감동을 만들었습니다. 자료가 많이 남진 않았는데 그 모든 것을 긁어모아 최불암 선생님의 연기를 연구했습니다. 표정과 어투, 옷차림을 봤고 심지어는 최근에 나오신 ‘한국인의 밥상’도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결국 따라 하면 할수록 최불암의 연기와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윽고 최불암의 연기를 따르려 했던 자신을 비워냈다. 그리고 대본연습 당시 최불암을 만났는데 ‘범인을 잡지 못한 분노와 화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거기에 냉철한 카리스마를 더하고 초반 순진무구한 넉살 좋은 청년 박영한까지 추가해 지금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사실 촬영에서 연기할 수 없었지만, 담배를 피우시는 모습까지 매번 다르시더라고요. 미간을 찌푸리시는 표정과 ‘파~’하는 웃음소리는 결국 덜어내고 덜어낸 후에도 남았는데요. 박영한이 사랑하고 서툴게나마 애정을 표현하는 인간미를 담은 것도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훈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는 최근 하나가 더 추가됐다. 바로 ‘소속대 대표’라는 직함이다. 2021년 1인 기획사 ‘컴퍼니온’을 설립한 이제훈은 ‘수사반장 1958’에도 출연했던 신예 김은비를 먼저 영입한 후 최근 촬영 중에 김상순 역 이동휘도 식구로 받아들였다. 촬영이 없으면 망중한을 즐기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바쁜 회사 일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힘을 내고 서로 즐겁고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제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도 새롭게 만들었어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작은 독립영화관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사실 최근 충무로 대한극장이 9월30일까지만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전국에 정말 작은 영화관이 많이 있는데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에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이 소중한 장소들이 영원하면 좋겠지만 언젠가 사라졌을 때도 제 영상을 보며 추억하실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원래부터 독립영화에서 자라났고 독립영화 ‘파수꾼’을 통해 괴물 같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그에게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위축하는 영화산업, 극장산업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유의미한 건의사항도 내보일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이 이제훈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기게 할 공산이 크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기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연기에 집중하는 신인 시절이 있었어요. 결국 시간이 지나 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게 너무나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연기하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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