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다양성···조금 느려도 확실한 구종으로 잡는다
빠를수록 좋은 투구일까?
일단 빠른 공은 강하다. MLB닷컴이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시즌 시속 93마일(약 149.7㎞) 보다 느린 공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타율 0.274, OPS 0.809, 삼진율 14.3%를 기록했다. 반대로 96마일(154.5㎞) 이상의 투구에 대해서는 타율이 0.218로 떨어지고 OPS도 0.630으로 낮아진다. 삼진율은 37.5%로 높아진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의 평균 속구 구속은 93.7마일(150.8㎞)이다.
하지만 ‘빠른 공’의 범람 속에서 자신의 속도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투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관건은 속도보다는 구종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레인저 수아레즈의 최고 구속은 148.38km/h이다. 두산 베어스 곽빈의 직구 최고 시속인 153km/h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수아레즈는 이번 시즌 8번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 1점대를 기록하며 호투하고 있다. 좌완 투수인 수아레즈는 싱킹 패스트볼, 커브볼,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활용한다. 수아레즈의 삼진율은 25% 이상이다. 수아레즈는 22일 텍사스전에서도 7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올시즌 9승0패, 평균자책 1.36을 기록 중이다.
시카고 컵스 소속 하비에르 아사드는 최고 147.89km/h를 던진다. 그는 최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6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사드의 특기는 싱킹 패스트볼이다. 애틀랜타전에서 7개의 삼진을 만들었는데 그 중 6개를 싱킹 패스트볼로 잡아냈다.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트레버 윌리엄스의 공은 한층 느리다. 최고 구속이 143.55km/h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을 돌며 피홈런 1위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지난해부터 변형 슬라이더(스위퍼)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경기력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은 2.35다.
뉴욕 양키스의 네스터 코르테스는 147.25km/h가 최고 구속이다. 그는 이번 시즌 7이닝 0자책 경기를 3번이나 만들었다. 올시즌 선발 투수 중 이같은 기록은 레인저 수아레즈와 코르세트둘 뿐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베일리 오버는 최고 구속이 147.89km/h이다. 그는 이번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1.3이닝 동안 9안타 3홈런 8실점을 얻어맞으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그러나 4월부터 평균자책 2.96을 기록하며 베일리는 올해부터 선발 때 패스트볼을 줄이고 체인지업과 커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공만 빠르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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