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 與 낙천·낙선 58명 중 흔들리는 표 있다

"당론 따르겠다" 우세하지만…일부 "양심 따라 투표" 목소리
이탈표 17표면 통과…'본회의 불참 단속' 與 과제

(서울=뉴스1) 신윤하 노선웅 박기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낙선·낙천·불출마로 국회를 떠날 여당 의원 58명 중 몇 명이 재표결 과정에서 이탈할지가 관건이다. 야권이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의힘에서 17명만 이탈표를 던져도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한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불출마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법 부결 당론을 따르겠단 기류가 우세하다. 다만 재표결 시 어떤 결정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거나 찬성표를 던지겠단 의사를 내비친 의원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현재 윤재옥 전 원내대표와 제가 의원님들을 전화나 개별 만남 등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며 "중진 의원님들도 그 부분에 대해 적극 나서 활동하고 뜻을 모아주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이달 28일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표결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21대 국회 현재 재적의원 296명 중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19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특검법이 의결된다.

즉 범야권 180명이 모두 찬성하고, 국민의힘에서 17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단 의미다. 22대 총선에서 떨어지거나,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불출마해 다음 국회에 들어오지 않는 국민의힘 21대 국회의원 58명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여권의 낙선·낙천·불출마 의원들은 대개 당론을 따르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라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공공기관장 등 공직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등질 필요는 없단 분위기도 읽힌다.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론을 따라 반대표를 던지겠단 의견이 나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적 296인, 재석 168인, 찬성 168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된 가운데 본회의장 모니터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으로 표시되고 있다. 2024.5.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비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거부권을 꼭 행사해야 하냐, 정무적으로 특검법은 우리가 받고 가는 게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은 있었지만 이미 거부권을 대통령이 행사한 상태에선 원론대로 가는 게 맞다"며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금 특검을 또 하겠단 건 너무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원칙대로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한 의원도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이고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지도부가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원들에게 당론을 따라주길 촉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재표결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했거나 말을 아끼는 의원들도 여전히 많다. 재표결은 1차 표결과는 달리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가 이탈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비윤계 의원들이 자신의 소신대로 특검법에 대한 반대 표결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낙선한 한 의원은 "재표결은 분명 비밀 투표이고 본인의 판단과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라며 "판단하려면 시간도 걸린다"고 말을 아꼈다.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한 의원도 재표결 시 투표와 관련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한 의원도 찬반 의견은 밝히지 않은 채 "뭐든 소신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선·낙천·불출마한 의원들이 아예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출석 의원이 적어지면 의결 정족수도 적어진다. 부결에 필요한 이탈표가 17표보다도 적어진다는 뜻이다.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의 이탈표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23일부터 28일까지의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추 원내대표는 윤재옥 전 원내대표와 함께 개별 의원들과의 접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예고한 이들은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 등 3명이다. 당초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이상민 의원은 뉴스1에 "특검은 필요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특검법에 대해선 동의하지 못한다"며 "재표결한다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 본회의 도중 단체로 퇴장해 불참하는 방식으로 이탈표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단체 퇴장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에 남아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여겨져 사실상 무기명 투표가 무력화된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