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졸업생이 주범" 서울대판 N번방 그후…피해자는 피눈물

김민수 기자 김예원 기자 2024. 5. 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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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이후 처벌 수위↑…적용 혐의만 4개
신고 늘고 처벌 수위 높아졌으나 피해 회복 어려워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2024.5.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김예원 기자 =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주범들의 실형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처벌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촬영물은 피의자 처벌과 별개로 끊임없이 유통되며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 번 퍼져나간 허위 영상물·사진을 쉽게 지울 수 없어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번방 사건 이후 처벌 수위↑…적용 혐의만 4개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박 모 씨(40)와 강 모 씨(31)를 검거해 최근 구속 송치했다. 서울대 출신인 두 사람 중 강 씨는 범행 당시 로스쿨 재학생이었으며 현재는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온라인으로 알게 된 박 씨에게 피해자의 사진과 인적 사항 등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이들이 제작한 음란물을 재유포하거나 자신의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명을 추가로 검거해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이들에게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1항과 제2항(허위영상물 편집·반포), 같은 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 아청법 제11조 제3항(성착취물 배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불법촬영물 소지) 등이 적용됐다.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이를 유포할 경우 역시 같은 수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의 경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의 벌금, 불법촬영물 소지의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성착취물 배포 혐의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박 씨 등 주범들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1년 이상의 유기징역) 적용도 검토 중이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해명)는 해당 법 조항이 'N번방' 사태 조주빈으로 만들어졌다며 "벌금형이 없는 징역형이라는 점에서 이 혐의가 추가되면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영상물 제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를 신설하는 등 법적 조치가 마련됐다.

해외에서도 교묘해지고 있는 허위 영상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16일 성인 본인의 동의 없이 선정적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을 제한 없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형사사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딥페이크로 선정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든 최초 제작자는 콘텐츠를 타인과 공유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제작한 선정적인 콘텐츠가 유포될 경우에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 News1 DB

◇허위 영상물 '익명성'에 단속·피해 복구도 어려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8년 1315건이었지만 2022년 6077건으로 많이 증가했다. 특히 2022년 피해 유형 중에는 편집·합성이 3836건(30.1%)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유포 2684건(21.1%), 유포협박 2481건(19.5%), 유포불안 2284건(18.0%) 순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신고 건은 이처럼 늘고 있는 데다 처벌 수위도 높아졌으나 문제는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불법 성적 허위 영상물을 심의해 시정 요구한 건수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년 2개월간 총 900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삭제된 영상은 전체의 4.55%에 불과했다.

삭제가 어려운 원인은 범죄의 '은밀성'과 '확산성'이 꼽힌다. N번방 사건과 서울대 사건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텔레그램'은 국내 법인이 없다. 또 '일반 대화방'이 아닌 '사적 대화방'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에게 성범죄물 삭제 등 조처를 하도록 한 'N번방 방지법'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으로 유포되는 영상은 제3자들에 의해 쉽게 복제되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란 까다롭다"며 "기관을 통해 삭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선 국제 공조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 서버에 기반한 텔레그램의 경우 경찰이 메시지 내용이나 데이터 등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30대 남성 A 씨와 B 씨를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으로, 일면식도 없이 텔레그램에서만 소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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