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능적 안티?” “보수 살릴 빌런?”…홍준표가 한동훈 때리는 속내는
친윤 일각서도 洪에 ‘자중’ 요청…“자기 정치 수단” “韓에 명분 만들기”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총선 참패' 책임을 거론하며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여권에선 홍 시장 행보의 속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홍 시장이 차기 대권을 둘러싼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보수 본류 출신이 아닌 검찰 출신이 다시 보수의 얼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빌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의 체급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과 함께 자신이 유일한 한 전 위원장의 라이벌이라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때리기 시작한 시점은 4·10 총선 직후부터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즈음부터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주군에게 대들다 폐세자가 된 황태자", "집권당 총선을 유례없이 말아 먹은 그를 당이 다시 받아들일 공간이 있을까", "지옥을 맛보게 한 한동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홍 시장은 최근 본인의 '당 거취'까지 걸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가능성에 직접 제동을 걸었다. 그는 20일엔 본인의 소통채널 '청년의꿈'에서 "또 다시 초짜 당대표 되면 나도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또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 앞에서 모두 굽실거리며 떠받드는 거 보고 배알도 없는 당이라고 느꼈다"며 "더 기가 막힌 것은 총선을 말아먹은 애한테 또 기웃거리는 당내 일부 세력들"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홍 시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73년생 한동훈》 저자인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가 흥행하려면 빌런이 강력해야 하는데, 매운맛 '메인 빌런역'의 홍 시장이 보수를 살리고 있다고 봐야 할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 이후 무기력하고 패배주의에 빠진 보수 정치권이 '한동훈 등판설', '전당대회 이슈' 등으로 아젠다가 공급되고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홍 시장이 '한동훈 등판론'의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정치는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에너지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밀착하고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할수록 그에게 '정치인'으로서 기회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지층 입장에서도 '한동훈 때문에 졌다'가 아닌 '한동훈 때문에 덜 졌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홍 시장이 거칠게 몰아붙일수록 반론을 증명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의 행보가 '자기 정치'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승환 국민의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21일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냉정하게 보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능적 안티 같고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선 전략적 지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홍준표 시장이 한동훈 위원장을 까면 깔수록 한동훈 위원장은 크고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시장이 대통령에 대해서 옹호적 발언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은근 보면 '상남자', '자기 여자도 지키지 못하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대통령을 희화시킨다. 누구를 옹호하고 누구를 까는 게 아니고 자기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에 본인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를 의식한 듯 당내 친윤계 인사들도 홍 시장에게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여기에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TV조선 유튜브 채널 《강펀치》에 출연해 "(홍 시장은) 당에 분란을 일으키는 말씀은 조금 줄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비윤(非윤석열)계에서도 홍 시장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는 게 싫으면 자기가 나와서 같이 경쟁해서 이기면 될 것 아니냐"며 "그렇게는 안 하고 계속 후배한테 고춧가루나 뿌리는 것은 당의 원내대표, 당 대표, 대선 후보까지 지낸 원로가 말하기엔 졸렬한 일"이라고 직격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격의 ‘서울대판 N번방’…음란물에 女후배 얼굴 합성한 서울대생들 - 시사저널
- 진중권 “김건희·김정숙 특검 둘 다 바람직 않다…‘여성 혐오’ 깔려있어” - 시사저널
- 김호중 ‘음주 뺑소니’ 당일 탔던 차량 3대 블랙박스, 전부 사라졌다 - 시사저널
- “차라리 면허정지 받겠다”…‘복귀 골든타임’ 멀어지는 전공의 - 시사저널
- [단독] 중국 공산당 아른대는 ‘수호천사’ 동양생명의 수상한 실체 - 시사저널
- “2박3일에 전기세 36만원 내란다”…또 발칵 뒤집힌 제주도 - 시사저널
- “트럼프와 성관계” 前성인영화 배우 재판 증언봤더니 - 시사저널
- 대구 11개월 아기 추락사 범인, 40대 고모였다 - 시사저널
- ‘또 과식했네’…확 늘어난 체중, 빠르게 빼려면? - 시사저널
- 숙취는 운동으로 없앤다?…술에 대한 오해 3가지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