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바이올린 켜는 이 남자, 알고 보면 더 힘든 상대··· NC 권희동의 힘
심진용 기자 2024. 5. 22. 13:53
꼭 그런 타자들이 있다. 얼핏 만만해 보이는데 상대하기가 힘들고, 뭔가 당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 때쯤 어김없이 한 방씩 때려버리는 그런 타자들. 만나면 피곤하고, 때로 욕이 나오는 그런 상대다.
NC에선 권희동(34)이다. 타격폼만 보면 어설퍼 보이는데, 기어코 뭔가를 만들어낸다. 쉽게 넘어가는 타석이 좀처럼 없다.
득점권 타율 0.410, 진루성공률 47.56%··· 뜯어보면 더 빛난다
권희동은 21일 현재까지 타율 0.286에 OPS 0.803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이 특히 높다. 0.426으로 리그 전체 5위다. 원래 좋았던 선구안이 올해는 더 좋아졌다.
그러나 권희동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좀 더 깊숙이 숫자를 들여봐야 한다. 이날까지 타석당 투구수가 4.79개. 권희동은 리그에서 공을 가장 많이 보는 타자다. 리그 평균 3.92개를 훨씬 웃돌고, 2위인 SSG 박성한(4.40개)과 비교해도 차이가 상당하다. 1경기 다섯 타석을 들어선다고 가정한다면 투수는 권희동 1명한테만 25개 가까운 공을 던져야 한다.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주자가 있으면 더 피곤해진다. 득점권 타율이 0.410. 리그 최고 타자들로 불리는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0.471)와 두산 양의지(0.463) 바로 다음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툭툭 건드리듯 안타를 때려내니 상대로선 더 진이 빠진다.
설혹 안타를 못 치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낸다. 안타와 사사구,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을 총동원한 선행주자 진루성공률이 47.56%.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이른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아는 타자다.
우연한 결과는 아니다. 매 타석, 상황마다 권희동은 생각을 많이 한다. 주자 유무에 따라, 상대 투수 특성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최근 인터뷰에서 권희동은 “투수가 만약 안우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가야 한다. 멀뚱히 서 있다가 투 스트라이크를 먹어 버리면 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투수가 안우진인 건 아니다. 권희동은 “상대 투수 퀵모션이 느리고, 1루에 발 빠른 (박)민우가 나가 있다고 한다면 대처가 달라져야 한다. 민우가 2루로 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버텨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론 매 타석,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권희동은 올 시즌 그 누구보다 상황에 맞는 결과를 내고 있다. “10번 나와서 3번만 안타를 때려도 잘 친다고 하지 않느냐. 모든 타석 안타를 칠 수는 없고, 어떻게든 한 베이스라도 주자를 보내줘야 한다고 많이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상대하면 욕 나온다? 칭찬으로 받아야죠”
특별히 처지는 것 없이 두루두루 다 잘하다 보니 팀으로서도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시즌 초 2번 타자로 주로 나섰던 권희동은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부상으로 빠진 동안 4번 타자 중책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5번 타자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21일 키움을 상대로는 모처럼 중견수 수비까지 소화했다.
좋은 활약이 계속되면서 권희동 특유의 독특한 타격 자세도 새삼 화제다. ‘그라운드 위의 파가니니’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한껏 몸을 틀어 정면으로 투수를 마주하며, 오른 어깨 위에 방망이를 걸쳐 놓은 폼이 꼭 바이올린을 켜는 것 같다는 의미다. 권희동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좀 지나서야 이해를 했다”고 웃었다.
권희동이 지금 같은 폼이 된 건 고등학교부터다. 그 자세가 가장 치기 편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바꿔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금방 그만뒀다. 결과를 계속 만들어내니 지도자들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초창기만 해도 타격 자세 때문에 체력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10년도 넘게 같은 폼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노하우도 생겼다. 프로 초년생 때보다 자세를 좀 더 세웠고, 경기 전후로 쌓인 피로를 푸는 데 특히 집중을 많이 한다.
‘상대하면 욕이 나온다’는 평가에 권희동은 “팬분들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다른 팀에서 까다롭다고 하고, 타석에서 만나기 싫다고 하면 저한테는 좋은 일”이라며 “투수를 괴롭히려고 타석에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좀 더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권희동은 21일 고척 키움전, 또 한 차례 진가를 발휘했다. 3타수 3안타를 쳤고, 볼넷까지 더해 4출루를 했다. 3회에는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무사 1·2루 기회에서 앞선 두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며, 자칫 무득점에 그칠 수도 있었던 위기를 건져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나선 중견수 수비에서도 비록 아웃은 잡지 못했지만, 정확한 홈 송구를 선보였다. 권희동의 맹활약으로 NC는 키움을 5-3으로 꺾었다. 3연패 부진을 끊어내는 귀한 승리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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