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에 맞는 우주개발계획으로 바꿔야"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었던 김승조 서울대 교수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우주항공 조찬 포럼'에서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실패한 NASA를 모델로 우주항공청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차세대발사체와 무인달 착륙선 프로그램, 한국형 GPS사업 등을 재검토해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목표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우주항공 기술의 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꿀 새로운 사업으로 우주 데이터센터와 우주 태양광발전 등을 제시했다.
■가격경쟁력 있는 발사체로 바꿔야
김승조 교수는 2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차세대발사체 개발계획을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계획 중 가장 시급하게 변경해야 할 것으로 꼽았다.
스페이스X가 최근에는 항공기처럼 발사와 착륙이 가능하도록 100% 재사용하는 로켓 스타쉽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구 저궤도에 100t 이상의 물체를 올릴 수 있는 스타쉽을 통해 발사 비용이 지금보다 최대 100분의 1로 낮아질 수 있다"며 "스타쉽의 1회 발사비용이 1000만 달러 정도가 되면서 꿈의 '1㎏당 100달러' 수준을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차세대 발사체도 이 시점에서의 기술발전과 그에 따른 시장성을 심사숙고해 개발 목표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이 없는 비싼 자체 로켓에 발목이 잡혀 대한민국이 우주 기술 상업화의 물결에 제대로 올라탈 수 없을지 모른다"며, "목표 재설정이 불가능하다면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은 멈추는 것이 국가 발전과 우주 기술 산업화에 보탬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전세계의 우주산업 경쟁력이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형세라며 백설공주 스페이스X를 제외하면 나머지 난장이들은 우리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 만큼 지리멸렬해 있다"고 말했다. 즉 발사체 산업의 경우, 스페이스X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나 국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시 출발선상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들이 나서서 스페이스X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노력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 GPS 쓸때 m급 유물 쓴다
김승조 교수는 또 4조원이 투입해 2035년 완성될 한국형 GPS 사업도 제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KPS는 현재 6.6m의 정확도를 5m 이내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일본과 인도가 20여년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그들이 왜 아직도 완전한 항법 위성망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잘 살펴야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거액의 국민 세금을 들인 KPS의 완성으로 인해 ㎝급으로 정확한 군용 GPS 수신기 대신에, 구시대 유물 수준의 스펙을 가진 KPS 수신기를 활용해야 하는 기가 막힐 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구상되고 있는 이들 KPS 위성들은 3만6000㎞의 정지궤도와 3만2000~4만2000㎞ 고도의 경사 동기궤도에 올라가 있어 기존의 GNSS 시스템의 2만㎞ 고도에 비해 2배 높다. 이렇게 되면 신호 강도를 현재의 GPS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해도 항법 탑재체의 송신 파워가 3~4배 높아야 한다.
그는 "이는 선진국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3~4배의 고강도 신호를 쏘는 항법 탑재체는 누가 만들어 줄 것이며, 설사 가능하더라도 현재 GPS 수준보다 나을 것이 없는, 재밍과 기만신호에 취약한 시스템이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새로운 PNT 체계는 궤도를 점점 낮추고 있다"며 "저궤도PNT가 필요 위성 숫자로 인해 부담스러우면 5000㎞ 정도의 중궤도 위성군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KPS 위성 신호가 거의 50배 강하진다. 그는 "앞으로의 로봇택시 및 로봇항공기에 필수인 실내 항법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강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실내 항법이 가능한 강력한 PNT 신호는 전세계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에 사람 살때 우리만 무인탐사
김승조 교수는 이와함께 우주탐사도 우주 선진국들이 이미 60년전에 이룬 것들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탐사 정보는 공유 습득하면서 새로운 탐사 계획에 공동 참여하여 우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특히 2030년 대 초로 계획된 소규모 무인 달 착륙선 프로그램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NASA가 주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흐름을 잘 연구해 달 탐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NASA는 2026년으로 예상되는 아르테미스 3에서는 우주인의 달 착륙을 통해 달 거주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이는 2030년대 초에는 달의 주요 지역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600kg 남짓의 독성 있는 연소 가스를 내뿜는 무인 달 착륙선을 보내 생뚱맞은 달 탐사를 시도한다는 것은 코미디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 탐사 활동은 그 이전에 미리 경험하고 2030년 무렵에는 대한민국도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계획으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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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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