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동학대 아니다" 교육감 의견에…교사 불기소 늘었다

김정현 기자 2024. 5. 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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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이후 무분별 아동학대 신고 문제 지적
교육감이 정당 생활지도 판단…경찰·지자체에 의견
제도 도입 이래 281건 제출…69건 불기소로 이어져
2022년 59.2%에서 69%로 불기소 비중도 상승 추세
교총 "여전히 무분별 신고 많아…아동복지법 고쳐야"
[광주=뉴시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24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1년여의 재판끝에 아동학대 무혐의 판결된 교사에 대한 교권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5.22.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과도한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조사를 받는 교사를 보호하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도입된 이래 경찰 등에 제출된 의견서가 281건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가 혐의를 벗고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 받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 체계 안착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22일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집계해 공개한 교육활동 보호 후속조치 현황에 따르면 이와 같았다.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도입일인 지난해 9월25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8개월 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사건은 385건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신고된 사건 중 73%인 281건에 대해 '정당한 생활지도' 취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 제출 281건 중 110건의 수사 및 조사가 종결됐는데, 이 중 86.3%인 95건은 검사가 불기소 결정(69건)하거나 경찰이 수사 개시 전 종결(불입건 등·26건)했다.

의견 제출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기소(3건)했거나 아동보호 사건으로 처리된 사건(8건)은 11건(10%)이었다.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도입 8개월 간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건 처리와 기소 비중도 하락 추세였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된 434건 중 검사 불기소 결정은 59.2%인 257건이었으나, 제도 도입 후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 불기소 결정은 69%(116건 중 80건)로 9.8%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지자체가 아동보호 사건으로 처리한 신고 비중은 26%(113건)에서 12.1%(14건)으로 하락했고 기소 결정은 14.7%(64건)에서 12.9%(15건)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유·초·중·고 교직원 아동학대 사례가 1702건(보건복지부 자료)에 달했던 것과 견줘 교육감 의견 제출 건수(385건)가 크게 적은 만큼 무분별한 신고가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새롭게 도입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입증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감 의견 제출 도입 후 아동학대 신고는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전국 교사들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이초 진상 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5.22. photo@newsis.com

일선 시도교육청이 교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거나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로 학교의 업무를 방해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보호자 등을 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이초 사건 전인 2022년 한 해 동안 3건에 불과했던 교권침해 보호자 고소·고발 건수는 지난해 11건이었고 올해는 현재까지 8건이 제기돼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 3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이후 현재까지 약 두 달 간 총 286건의 회의가 개최됐다.

교보위에선 교권침해 정도가 심한 보호자에게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조치를 부여할 수 있다. 법령 개정(3월28일)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한 달여 간 이런 조치가 내려진 교권침해 사건은 전체 19건 중 15건으로 78.9%에 이른다.

교육부가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및 상담을 받도록 권장함에 따라 지난해 교육활동보호센터(옛 교원치유지원센터)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나아가 교육부가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인 교권침해 직통번호 1395에는 두 달 동안 총 501건의 문의가 접수됐고 이 중 교권침해 관련 상담이 91건(18.2%)이었다.

학교로 제기되는 악성 민원을 교사가 직접 대응하지 않도록 교감 등으로 민원대응팀을 구성한 학교는 1만3952개교로 전체 98.9%에 이른다. 전체 교육지원청 195곳은 통합민원팀을 두고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장에서 이런 민원 체계의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운영 상황을 살펴 개선 과제를 발굴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영종 교육부 교원학부모지원관은 "교육활동 보호 후속 조치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결과 몇몇 긍정적 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강화된 제도에 대한 학교 현장의 체감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교육활동 보호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지원하는 한편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원단체에서도 긍정 평가가 나오지만 아동학대 관련 법률의 개정을 서두르라는 주문이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내 "교권 보호제도 변화로 아동학대 신고 피해와 악성 민원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 수치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다만 교총은 교육감 의견 제출에 따른 현황을 두고 "여전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많다는 방증"이라며 "정서학대에 대한 법률적 기준을 엄격히 하고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아동복지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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