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인자 사망…‘권력 투쟁’ 재연? [뉴스in뉴스]

박현진 2024. 5. 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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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란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후계자로 꼽혀온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란 내부 권력 지형에 큰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에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졌는데요.

자세한 내용, 박현진 해설위원과 살펴보겠습니다.

어서오십시오.

헬기 추락 사고가 난 지 오늘로 사흘짼데요.

이란 현지 분위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오늘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리는 날이죠.

이란 국민들, 충격 속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추모 기도회를 열고요.

라이시 대통령 운구 차량엔 많은 추모객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반면, 전체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외신 보도도 있는데요.

이란 같은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그리 크지 않고요.

숨진 라이시 대통령이 과거에 반체제 인사나 시위자들을 잔혹하게 탄압했었거든요.

그런 전력도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앵커]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는데요.

일단 악천후 때문이었던 것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어제 이란 국영 통신이 보도한 걸 보면요.

"기술적 고장으로 인한 헬기 추락 사고"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헬기 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을 하는 영상을 보면, 사고 지역 일대가 뿌연 안개로 가득한 모습이죠.

산세도 무척 험하고요.

또 이들이 타고 있던 헬기가 1968년에 운행을 시작한 56년 된 거라고 하잖아요.

이런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다만 이걸 놓고 이란 측은 미국이 그간 제재를 너무 세게 해서 헬기 부품 조달도 제대로 못했다며 미국 탓을 했는데요.

미국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앵커]

숨진 라이시 대통령,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 다음으로 이란 권력의 2인자였죠?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성직자이자 사법부 수장까지 한 법조인 출신의 강경보수 정치인입니다.

현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최측근이고요.

과거 이력을 보면, 검사였던 1980년대에는 정치범들에 대한 숙청을 주도했고요.

이란-이라크 전쟁 직후엔 반정부 단체 인사들을 대거 처형한 일명 사망위원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또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체포된 여대생이 구금 중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었는데요.

이른바 '히잡 시위'요.

라이시 대통령이 이걸 강경 진압해서 시위대 5백 명 이상이 숨진 걸로 알려졌습니다.

외교적으로 봤을 때도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공고히 한 강경파고요.

[앵커]

그런데 이란의 권력 형태로 보자면 대통령의 권한이 그리 크지 않잖아요?

군 통수권자도 아니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권력의 2인자이긴 하지만, 사실상 모든 권한은 그 위의 최고 지도자가 갖고 있습니다.

신.정 일치라고 해서 최고 지도자를 신의 대리인으로 여기고 절대 권력을 부여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 최고 지도자가 내치와 외교 등 전 영역에서 1인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인준과 해임권도 가지고 있고요.

군 통수권도 갖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현재의 대통령 유고 상황이 국정 운영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대통령직은 현재 수석 부통령이 대행을 하고 있고요.

50일 안에 다시 선출하면 되는 문제에요.

이미 다음달 28일에 대선을 치르기로 했죠.

지금 중요한 건 대통령 자리가 빈 것보다, 가장 강력한 차기 최고 지도자 후보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현재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올해로 85살이거든요.

여러 병을 앓고 있다고 하고요.

그래서 그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었는데, 지금까진 라이시 대통령이 거의 독보적인 후보였어요.

종교적으로 요직을 거쳤고 현실 정치 경험도 풍부하고요.

그런데 그가 사라졌으니까, 이제 그 막강한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거죠.

[앵커]

그런데 여기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 현재 최고 지도자의 아들이에요?

[기자]

네,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공식적인 직위는 없지만 막후 실세로 꼽혀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란 국민, 또 지도부 안에서도 반감이 너무 커요.

기껏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렸더니 또 권력 세습이냐 하는 거죠.

그 외엔 종교 지도자인 아라피, 사법부 수장인 에제이 등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이란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또 시위대 탄압 등으로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많이 누적돼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지금으로선 후계 구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부와 종교 등 세력간 다툼으로 혼란을 빚을 수도 있고요.

[앵커]

이란이 사실 미국이 칭하는 중동 내 '악의 축'의 정점이잖아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뒤에도 이란이 있다고 봐야하고요.

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기자]

네, 큰 영향은 없을 거로 보이는게요.

이란 입장에선 지금 바깥보다는 국내 권력 승계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에요.

또 반대편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잖아요.

발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란 상황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죠.

실제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초반에 "우리와는 무관하다"라는 짤막한 입장만 내고 이후에 별다른 반응이 나온 게 없습니다.

이렇게 각자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서 현재 전쟁의 양상에 크게 변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다만 중동 내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잡혀가느냐, 그 과정에서 기존 보수 강경파와 개혁파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앵커]

네, 이란의 권력 승계 흐름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지금까지 박현진 해설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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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laseu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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