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이트쇼’ 감독 “‘오겜’과 달라, 도파민 자극 NO·폭력 불편했으면”[EN:인터뷰①]

박수인 2024. 5. 2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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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재림 감독이 '오징어게임'과 비교에 '더 에이트 쇼'만의 차별점을 언급했다.

한재림 감독은 5월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과 다르게 가기 위해 고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한재림 감독은 "이 작품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오징어게임'이 나오기 전이었다. '너무 잘 돼서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사실 이 정도까지 클래식이 될 줄은 몰랐다. 너무 재밌게 보기도 했고. 그때는 '머니게임'만 제안 받아서 '파이게임'을 넣어볼까 했다. 한 번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자 했다. 보일 때는 비슷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얘기가 되지 않나. 이건 다같이 살아야 하니까. 그런 게 달랐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건 없고 다르게 가려고 한 건 있다. 리뷰들을 보면 '오징어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런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고 달라서 좋다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다. 서바이벌 장르에서 주는 캐릭터성이 강한 것, 반전이 왜 없지라는 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실현극이고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과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설정에 대해서는 "첫번째는 '머니게임'이 먼저였다. 그래서 도덕적인 생각은 없었다. 또 하나는 논리가 있어야 했다. 비슷하다는 게 의상이 키치하다는 말인 건데 드라마적으로 보면 진짜 같은 가짜라는 콘셉트가 있다. 의상도 그려져있지 않나. 숫자가 계급을 상징한다. 패턴화 된 게 아니라 그런 논리들이 있으면 다른 것 같다. '오징어게임'은 주최측이 관객으로 하여금 쾌감을 가져가게 하는데 우리는 관객처럼 보이게 한다. 조금만 잔인해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만들 때 굉장히 조심했다. 관객들이 쾌감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선정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리적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주최 측은 관객이라고 상징했고 질문을 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어디까지 재미를 줘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장면을 쓰면 관객들이 좋아할지는 예상되는데 거기서 고민이 되는 거다. 예를 들자면 천우희(8층), 박해준(6층)이 장기자랑할 때 성관계 하는 장면을 왜 안 보여주냐고 하더라. 그거에 대한 비판을 하는 작품인데 그걸 보여주면 안 되는 거다. 진수(3층/류준열 분)가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도망가는 장면을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 것도, 영화 촬영장으로 도망가는 것도 다 상징적이었다.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인 거다. 우리는 지금 도파민에 중독돼 있지 않나. 계속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되는데 시네마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담겨 있다. 1층(배성우 분)이 영사기 필름에 불 타 죽는 것도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보면 8명은 재미를 주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투영이 된다. 처음에는 자본주의극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하면서 재미를 주려고 하는 노력들을 쓰는데 내가 투영이 되더라.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다. 어디까지 재미를 줘야할 것인가 하는 윤리적이나 도덕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따라가면 소비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전사들도 짤 때 재미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며 "7층에 감독님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잘생기지도 똑똑하지도 않지만 제 마음이 투영된 것 같다. 직업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재미와 예술성 사이의 고민은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단순히 재미만 주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컨텐츠 생산자들은 어떤 지점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도파민만을 자극하는 게 많은 사랑을 보면서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그런 고민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내 고민을 같이 얘기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했다. 그걸 기가막히게 읽는 분들이 있어서 재밌었다. 맞고 틀린 건 없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거다"고 답했다.

매스미디어에 대해 고민을 던지는 작품임에도 폭력성, 오락성을 준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마지막에도 시나리오를 비춘 게 그런 고민들을 묻고 싶었다. 폭력적인 장면을 봤을 때 쾌감을 느꼈냐고 묻고 싶다. 그런데 불편하지 않나. 폭력이 불편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도파민을 자극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윤리적이었다. 도파민으로 친다면 더 재미를 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장면은 원작에 그대로 있다. 폭력적인 걸 보면서 쾌감을 느꼈느냐 불편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불편했기 때문에 폭력을 옹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극적으로 어그로를 끌려고 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더 에이트 쇼'의 룰에 대한 상징도 있었다. 한재림 감독은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 않나. 처음에는 시급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다 시급이 다르지 않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고 본다. 각자의 시급으로 나눠지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공평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냐 가짜냐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거라 생각했다. 쇼 안에 들어와서 시청자들이 극명하게 느낄 거다. 8층은 계속 시급을 만들어내는 계층이지 않나. 식음료 공급까지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권력을 다 갖고 있는 거다. 그러면 그 사회에 존속돼 버리는 거다. 이게 진짜라는 느낌을 더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급으로 생각했다. 버리려는 시간을 사겠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배설물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자기만족이 아닌 순전히 어쩔 수 없는 생계를 위해 노동으로만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소수자들을 상징하고 싶었다"고 했다.

'더 에이트 쇼'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합치면서 제목을 '머니게임'으로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바이벌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걸 약간 비틀었다. 서바이벌 장르는 누군가 죽지 않나. 그런데 이거는 한 명도 죽으면 안 되지 않나. 장르를 비트는 것이 재밌다고 봤다. 게임이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엔터테인먼트,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쇼'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했다. 인물들이 주최측에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지 않나. 그게 저의 고민과 많이 닮아있었다.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고민이다.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많은 걸 고민하게 한다. 8개 에피소드, 8명, 8자가 돌았을 때 무한대 느낌이 들지 않나. 시간은 돈이니까 그 욕망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목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배진수 원작작가한테는 어려운 일인데흔쾌히 허락을 해줬다"고 전했다.

'더 에이트 쇼'는 창작자로서 한 감독의 고민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한재림 감독은 "마지막에 '잘 되면 시즌2 해야지'라는 말은 자조적인 얘기였다. 약간 씁쓸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시나리오를 비춘 것도 여러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이 많이 해석되길 바란다. 이 작품이 왜 머릿속에 있지? 했으면 한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게 안타까운 거다. 저도 너튜브, 쇼츠 좋아한다. 그래서 극장에 가면 못 앉아있겠더라. 그런 고민들이 저한테도 있다. 시네마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마음은 아프고 저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고민인 것"이라며 "성적이라는 게 어떤 개념인지 모르겠지만 '더 킬러', '성난사람들' 같은 작품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랫동안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은 성적인 것 같다. 몇 달 동안 꾸준히 얘기가 나오는 작품이지 않나. 그런 바람이 있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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