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때 위탁 온 아이, 지금은 말년 휴가에 찾아와요" [위기아동의 희망, 가정위탁③]
"1살 때 온 아이가 군인 돼…끝까지 같이 가"
"위탁 중 원가정 회복해 돌아갈 때도 의미"
"예전보단 좋아졌지만 더 적극적 지원 필요"
"친권 없어 원치 않는 이별…위탁 인정 받길"
"위탁 전 완만한 관계 형성 먼저" 한 목소리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위기아동에게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위탁 부모들은 친부모와 같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때로는 원가정 복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때로는 평생의 동반자 역할을 하며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지난 21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도움을 받아 2명의 위탁 부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장경영(63)씨는 2003년 당시 3세와 1세 형제 두 명의 위탁 보호를 시작했다. 그는 "IMF 이후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당시에도 갑작스레 파괴되는 가정이 많았다"며 "두 아이 원가정도 그런 식으로 무너진 가정이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장씨 부부는 관계를 맺던 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두 형제를 돌보기로 했다. 이미 친자녀 1명과 입양으로 2명, 총 3명의 아이를 키우던 때였다.
"지금도 두 아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올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장씨는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그랬는데, 나이가 어릴 때 와서 그런지 금방 적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 아이들은 소위 말해서 쿨한 게 있다. 우리 어렸을 때는 그런 환경이면 주눅이 들 수도 있는데, 두 아이는 잘 자라줬다. 그런 점은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장씨 가정에서 무럭무럭 성장해 지금은 독립을 했다. 형은 직장을 다니고 동생은 군대에 가 있다.
장씨는 "오늘(21일) 말년휴가라고 해서 집에 왔다"며 "독립은 했지만 가정이 있는 게 중요해서 끝까지 같이 하려고 한다. 지금도 명절에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두 위탁 자녀가 성장을 한 이후 2022년에는 장애를 가진 2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한데 아동학대까지 겪은 아이들이었다. 경북 문경에 거주하는 장씨는 아이들을 위해 대구까지 병원을 다니고 있다. 장씨는 "발달장애가 심해서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도움이 되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권유미(44)씨 역시 2명의 친자녀와 1명의 입양 아동이 있는 상황에서 2013년 1명의 위탁 아동을 보호하게 됐다.
권씨는 "임신하고 다니던 병원에 미혼모들이 다니고 있었는데, 나도 병원 다니면서 힘든데 의도치 않게 아이를 가지고, 맡겨야 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이런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위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처음 마주하게 된 위탁 아동은 생후 8개월의 영유아였다. 6개월 정도 돌보다가 친권자의 요청으로 시설로 가게 됐다.
권씨는 "그 아이의 형 2명이 시설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아이들이 한 곳에 있으면 좋겠다고 해 시설로 가게 됐다"며 "안 보내도 되는 아이인데 친권이 없다 보니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 이후 권씨는 4명의 아동을 더 위탁으로 돌봤다. 지금은 30개월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 아이는 미숙아로, 생후 14일 때 대학병원에서 권씨 가정으로 왔다. 초기에는 심장 판막과 갑상선 수치가 높아 매월 대학병원을 다녔지만 위탁 가정에서 안정적인 돌봄과 위탁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현재는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주기적으로 다니던 외래도 다니지 않게 됐다.
권씨는 위탁 아동들과 함께 직접 동화를 만들었다. 위탁을 하면서 생긴 일들, 느낀 점, 필요한 내용들을 아이들의 그림과 함께 제작했다. 그는 "입양은 제도 교육이나 편견 교육을 많이 해서 자료도 많은데 위탁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그래서 우리끼리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아이들이 그림도 그리고 같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두 부모 모두 가정 위탁을 통해 느끼는 보람을 강조했다.
장씨는 "입양이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개념인데, 위탁도 의미가 있다"며 "가정이 살아나 다시 복귀 할 때도 의미가 있고, 복귀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며 잘 성장하도록 돕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권씨도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건강하게 돌아가게 되면 보람을 느낀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단 부모들은 가정위탁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행정·재정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는 "예전보다는 정부의 지원, 예산 확보 이런 게 많이 좋아졌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아이들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게 다 다른데 이에 상응하는 지원과 사회적 변화, 수요에 맞춰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다른 곳으로 안 보내도 되는 아이인데 친권이 없다는 이유로 친가정이 아닌데도 다른 곳으로 아이들이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때 우리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중간에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할 때 힘들다. 우리도 엄마니까 지금 이 아이가 어디에 있는 게 가장 좋은 건지 키우면서 다 안다"며 "제도적으로 위탁 가정이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가정위탁을 결정하기보다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가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씨는 "처음부터 덥석 위탁을 하기보다는 요새는 위탁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하고 조금씩 관계 형성을 해서 완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내가 가능한지, 아닌지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센터를 통해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도 "자조모임이 잘 돼있어서 엄마들끼리 소통도 하고 위로도 하고 제도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도 많다"며 "그런 자조모임을 먼저 와 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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