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숨진 ‘그리스 난민선 침몰 참사’ 피고인 전원 석방

“공해상 사건, 관할권 없다” 판결

지난해 그리스 해안에서 난민선 침몰로 600명 이상이 숨진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들이 전원 석방됐다. 이에 반이민 기조로 국경 통제를 강화한 그리스 정부가 난민을 고의로 방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 지방법원은 범죄조직 가담과 과실치사, 조난 유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집트 국적 밀입국 브로커 9명에 대해 “이 참사가 공해상에서 벌어져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칼라마타 법원이 재판권을 포기함에 따라 다른 그리스 법원이나 국제 법원에서 이 사건을 다룰지는 불분명하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판결 이후 피고인들은 가족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그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들 또한 이민자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해 6월 750명 안팎의 이주민을 태우고 리비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던 어선은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침몰해 104명만 생존했다. 그리스 당국은 수색 작업 끝에 시신 82구를 수습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구조 요청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대형 인명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는 그리스 해안경비대 구조선이 있었는데, 경비대가 침몰 18시간 전에 이 배를 발견하고도 지켜만 봤다는 것이다. 이에 그리스 당국은 해안경비대가 여러 차례 구조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들이 이탈리아로 가겠다며 도움을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GPS 항로 추적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난민선은 침몰 전 최소 7시간 동안 운항을 멈춘 채 사고 현장 주변을 표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해군 법원에서 별도로 조사 중이지만 조사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미지수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