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위성 궤도로 ‘우주무기’ 쐈다

■ 對서방 ‘우주 전쟁’ 본격화
새로운 ‘위성 파괴용 위성’ 배치
2019·2022년 무기와 특징유사
美 몇주전부터 발사 예상후 추적
러 우주 안보추구 주장 배치 비판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다른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대(對)우주 무기로 추정되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 위성은 미국 정부의 위성이 있는 궤도에 배치돼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서방과의 ‘우주 전쟁’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 16일 미국 정부의 위성이 있는 같은 궤도에 새로운 대우주 무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새 위성에 대해 “2019년과 2022년에 배치된 대위성 (무기의) 페이로드(탑재물)와 유사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로드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 등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러시아 측과 새 위성 발사와 관련한 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 대사도 전날 러시아가 제출한 ‘우주 군사 활동 대응’ 결의안 표결 전 러시아의 대우주 무기 발사 사실을 공개하고 “우주에서 안보를 추구한다는 러시아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미국이 최소 몇 주 전부터 러시아의 발사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와 미 북부사령부가 이를 추적했다고 부연했다. CNN은 대우주 무기가 폭발하면 엄청난 에너지 파동을 일으켜 위성을 파괴할 수 있으며 수많은 상업 및 정부 위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대우주 무기를 발사한 때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코스모스-2553’(Cosmos-2553)을 쏜 2022년이다.

한편 이날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남부 군관구에서 비전략 핵무기 준비·사용을 위한 실전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훈련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전술핵 훈련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이 포함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남부 군관구 미사일 편대 병력은 이스칸데르 전술미사일 시스템의 특별 탄약을 받고 지정된 발사장으로 은밀히 기동하는 전투 임무를 훈련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훈련은 서방 관리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과정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장 분명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