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AP통신 장비 압수… 美와 ‘언론 자유’ 두고 충돌

■ 양국, 새로운 긴장 지점으로
알자지라에 영상 제공 빌미 압수
백악관 심각 우려 표명 후 철회

가자 전쟁 이후 휴전 문제와 라파 지상군 투입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던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번엔 언론의 자유를 놓고 충돌했다.

미국 AP통신은 21일 가자 지구와 가까운 남부 스데로트에서 취재진이 사용하는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이스라엘 통신부가 압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알자지라 방송에 영상을 제공해 외국 방송 규제법을 위반했다는 게 압수의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달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는 가자 전쟁 중 이스라엘에 불리한 보도를 해 온 알자지라를 겨냥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이 법을 근거로 이스라엘 내 알자지라 사무소를 폐쇄한 바 있다. AP통신의 비판에 이스라엘 통신부는 “정부의 결정과 통신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방송을 제한하기 위해 필요시 강제 조치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에 이스라엘은 결국 조치를 철회했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이 AP통신의 장비를 압수했다가 미국의 압력에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하며 이번 사태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 간 또 다른 긴장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슐로모 카라이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성명에서 “조치를 취소하고 AP통신에 장비를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조치 직후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이스라엘 당국자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분명히 이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언론인이 자신들의 일을 할 권리가 있다는 우리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기구는 가자지구 해안의 임시 부두를 통해 반입된 구호품을 약탈을 피해 내륙 창고로 이동시킬 새로운 접근로를 모색하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