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은 국가권력 견제·균형 징표[포럼]

2024. 5. 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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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단독으로 지난 2일 국회에서 처리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특별검사법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며,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해 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와 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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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야권이 단독으로 지난 2일 국회에서 처리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특별검사법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며,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해 왔다. 여당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의 실시 여부를 판단하자고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잘못된 것인가?

주지하듯이, 국가의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이를 각각 별개의 국가기관에 맡기는 것을 권력분립이라고 한다. 그러나 권력분립을 한다고 해서 국회는 입법권을 아무런 제한 없이 행사하고, 행정부는 집행권을 마음대로 행사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국회가 집행권을 침해하는 입법을 하고, 행정부가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정행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분립에는 권력 상호 간에 견제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대한민국헌법 제53조에서는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해서 ‘이의(異議)가 있을 때’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제2항),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법률안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국가이익에 반하거나, 정부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간섭할 때 또는 집행이 곤란한 경우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헌법 규정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대통령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는 재의 요구된 법률안에 대해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항).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행정부에서 집행하기 곤란한 법률안을 의회가 입법한다는 것을 생각하기 곤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의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거부권은 권력분립이 엄격하게 돼 있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대통령제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거부권이 헌법에 어떻게 규정돼 있고, 실제로 얼마나 행사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헌법에서는 의회가 의결한 법률안을 대통령이 승인(approve)함으로써 법률이 시행되도록 하고 있으며(제1조 제7항 제3호),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하는 것이 거부권 행사가 된다. 거부권 행사 사유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이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다. 1900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1584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특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1945년 재임 12년 중 무려 635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와 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징표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국회가 재의결을 통해서 통제하면 된다. 그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심판하게 될 것이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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